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0) 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친구의 누나를 좋아하게 된 소년, 누나만 보면 마음이 달뜨고···
    선물을 못사고 서성이는 자신을 보고 허망함을 느끼는데···
    방학동안 '모더니즘 선구자' 조이스를 만나보길···
    옆집 누나를 사랑하는 소년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0) 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열에 들떠서 ‘옆집 누나, 교회 오빠’를 사랑하지 않고 10대를 지나버리면 그만큼 심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순수했던 시절 그 누나와 오빠를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 창고를 꼭 간직하길 바란다.

    「애러비」의 주인공 ‘나’는 어느 순간 친구 맹간의 누나를 좋아하게 된다. 맹간이 누나를 괴롭힐 때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옷이 나풀거렸고, 부드럽게 땋아 내린 머리채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도 따라 흔들린다. 아침마다 맹간의 집을 훔쳐보다가 그녀가 현관 앞으로 나오면 바로 책가방을 쥐고 달려 나가 그녀의 뒤를 쫓는다. 갈림길 지점에 오면 ‘나’는 일부러 걸음을 빨리하여 그녀를 앞지른다.

    제임스 조이스
    제임스 조이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괜히 그 앞에서 서성이는 일, 소년의 마음이 「애러비」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SNS가 발달되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확인하고 바로 만남을 갖는 요즘 시각으로 보면 ‘나’가 답답할지 모르지만 사랑 앞에서 가슴이 뛰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듯하다.

    ‘20세기 문학에 변혁을 일으킨 모더니즘의 선구적 작가’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니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은 무조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T S 엘리엇은 조이스의 소설이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더블린 사람들』을 읽으라. 그것이 이 위대한 작가를 이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율리시스』를 보면 좋을 것이다.

    『더블린 사람들』은 15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애러비」는 그 가운데 하나로 길지 않은 단편소설이다. 다른 작가들의 일반적인 단편집과 달리 『더블린 사람들』은 일관된 주제를 갖고 있다. 조이스는 “나의 의도는 아일랜드 도덕사의 한 장을 쓰는 것이었고, 더블린이라는 도시가 내게는 마비의 중심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더블린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나는 무관심한 대중에게 더블린을 어린 시절, 청년기, 성숙기, 공적 생활의 네 가지 측면을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0) 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허망함 속에서 한 뼘 자라다

    옆집 누나 때문에 마음이 달뜬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정신을 사로잡는 누나 생각에 혼란스러운 소년은 ‘나의 몸은 하프와도 같았고, 그녀의 말과 몸짓은 하프 타는 손가락과도 같았다’고 표현한다. 드디어 누나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애러비 장을 구경 갈 계획이 있냐”고 물으면서 “굉장히 멋진 장일 거야”라고 말한다. 자신은 가지 못한다며 소년에게 “넌 한 번 가 보는 게 좋을걸”이라고 하자 소년은 “혹시 가게 되면 너에게 뭐라도 사다 줄게”라고 약속한다.

    애러비 장에 가기로 한 날, 아저씨가 늦게 들어왔지만 ‘나’는 돈을 받아 기어이 길을 나선다. 밤 9시50분에야 바자가 열리는 건물 앞에 도착했고, 들어가 보니 이미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다. 허망한 마음으로 아직 닫지 않은 가게 앞을 거닐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지”라는 가게 점원들의 대화를 듣는다.

    괜히 물건을 살 것처럼 서성이다 매점 사이의 어두운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던 소년은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그 어둠 속을 응시하다가 나는 허영에 몰려 웃음거리가 된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뇌와 분노로 타오르고 있는 나의 눈도 볼 수 있었다’는 문장으로 소설은 끝난다. 누나 생각에 들끓는 열기, 늦은 시각에 기어이 집을 나서는 안간힘, 컴컴한 곳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허망함을 고스란히 전하며.

    이근미 소설가
    이근미 소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에 내내 들떠서 맹목적으로 빠져든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의 진심에 누구도 관심없고 나에겐 목숨이나 타인에겐 그저 해프닝인, 어이없는 사안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행로가 바로 인생이다. 한 뼘 성장한 소년이 이제 더 이상 계산 없이 열에 들뜨지 않는 어른으로 나아갈 걸 생각하면 어쩐지 아쉽기도 하다.

    『더블린 사람들』은 가장 사랑받는 단편집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문학을 실현하기 위해 ‘의식의 흐름’ ‘열린 결말’ 같은 획기적인 기법을 개발한 조이스와 함께 「애러비」를 읽으며 소년의 마음에 젖어보자.

    ADVERTISEMENT

    1. 1

      26만명 모이는 BTS 광화문 공연…경복궁도 문 닫는다

      다음 달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공연으로 경복궁이 임시 휴궁한다. 인근 문화시설도 운영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 행사 당일 광화문 일대 시설이 사실상 올스톱에 들어갈 전망이다.28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복궁은 3월21일 토요일 휴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복궁은 통상 화요일을 정기 휴궁일로 지정하고, 주말에는 정상 개방해 왔다.휴궁이 예정된 날짜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다. 방탄소년단은 3월20일 5집 '아리랑'을 발표한 뒤 21일 저녁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방탄소년단은 경복궁을 배경으로 광화문과 월대를 지나 광장 북쪽에 설치한 무대에 올라 팬들과 만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국가유산청이 공개한 문화유산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소속사 측은 '광화문 3개의 문(홍예문·虹霓門)이 모두 열리고, 이 문을 통해 등장하는 아티스트가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 나가는 오프닝 시퀀스'를 연출하겠다는 촬영 계획을 신청한 바 있다.당일 현장에는 경찰 추산 최대 26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3일 진행한 티켓 예매는 수 분 만에 매진되며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와 만나 공연 계획과 경복궁 관람 운영, 관람객 안전 관리 방안 등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광화문 일대는 행사 당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분위기다. 광장과 인접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공연 당일 휴관

    2. 2

      [날씨] 나들이 하기 좋은 주말…전국 낮 17도 '포근'

      28일 낮 기온이 17도까지 오르며 비교적 따뜻한 봄 날씨가 예상된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현재 기온은 서울 3.3도, 인천 3.5도, 수원 0.8도, 춘천 -2.2도, 강릉 2.4도, 청주 3.2도, 대전 1.4도, 전주 2.7도, 광주 4.5도, 제주 10.4도, 대구 2.3도, 부산 5.0도, 울산 4.2도, 창원 4.7도 등이다.낮 최고기온은 8~17도로 예보됐다. 평년(최저 -5~4도, 최고 7~12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도 이상 크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경상권은 밤부터 차차 흐려지겠다. 강원 산지와 동해안,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밥부터 이튿날 아침 사이 강원 동해안 산지와 경북 북부 동해안, 북동산지 등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같은 시간대 경북 남부 동해안과 부산, 울산에는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5㎜ 안팎,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산지 1㎜ 안팎이다.건조특보가 발효된 일부 수도권과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해 산불 등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오전까지 전라권과 경남 서부 내륙을 중심으로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고, 충청권 내륙과 그 밖의 경상권 내륙에도 가시거리 1㎞ 미만의 안개가 예상된다.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에서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겠다.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3. 3

      가수 션, '장관 표창' 받은 이유가…'국내 최초' 공로 인정

      가수 션이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희귀질환 극복의 날' 장관 표창을 받았다.질병관리청은 27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제10주년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식을 열고 션 등 31명에게 보건복지부장관·질병관리청장 표창을 수여했다.희귀질환 극복의 날은 희귀질환관리법 제4조에 따라 매년 2월 마지막 날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션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별세한 박승일 전 울산모비스 코치와 비영리 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으로서 각종 모금 활동과 기부를 통해 국내 첫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그는 질환 단계별 간병 교재를 개발하고 9000여명의 환우를 지원했으며 80회가 넘는 희귀질환 인식 개선·기부 캠페인을 벌였다.이날 행사에서는 희귀질환 극복 수기·시화 공모전 수상자 16명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수기 부문 최우수상은 알라질 증후군이라는 희귀 간 질환 판정을 받은 자녀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 위해 체중을 감량, 지방간을 줄인 이야기를 전한 김혜인씨가 수상했다.시화 부문 최우수상은 황정빈씨에게 돌아갔다. 황씨는 베체트병을 앓는 어머니가 위험하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아들을 위해 약물을 줄이며 희생한 데 대한 감사함을 시로 표현했다.임승관 질병청장은 "희귀질환은 환자 수를 떠나 국가가 끝까지 함께해야 할 책무의 영역"이라면서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민관 협력을 확대하고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