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땅 위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실험로에서 세계 최장 시간 고성능 플라스마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이번 실험 성공으로 최고 기록을 가졌던 한국을 제치고 단숨에 핵융합 장치 분야 최강자로 떠올랐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3일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장치’(EAST)에서 101.2초 동안 고성능 플라스마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발표했다. 중국과학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기록은 지난해 한국의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발생시킨 72초보다 30여 초나 길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핵융합의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중국이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EAST는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핵융합 발전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6년 구축한 실험장치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가 합쳐질 때 발생하는 막대한 핵융합 에너지에서 전기를 얻는 원리다. 바닷물 1L에 있는 수소로 석유 300L와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수소 핵융합 반응은 1억 도에 가까운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잘 일어나는데 중력의 영향을 받는 땅 위에선 우주에 떠 있는 태양처럼 플라즈마를 둥둥 떠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최장 운전기록을 거둔 EAST는 KSTAR처럼 초전도자석 안에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 방식이다. 한국과 중국은 5000만~6000만 도에 이르는 이른바 H모드로 불리는 고성능 플라즈마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는지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007년 KSTAR을 완공하고 지난해 72초까지 고성능 플라스마를 발생시켰다. 한국과 중국은 또 이와 별도로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등과 함께 2006년부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국제 공동 핵융합 실험로인 ITER을 짓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