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괴발개발] 아파트 구하다 앱을 만들다…"왜 집을 가방보다 대충 고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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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앱 '호갱노노'…공급자 중심 부동산 앱에 불편 느껴 개발
아파트 실거래가·인구통계 등 공공 데이터를 지도 위에
"정보 비대칭성이 '호갱' 만든다"
아파트 실거래가·인구통계 등 공공 데이터를 지도 위에
"정보 비대칭성이 '호갱' 만든다"
'앗! 이러다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될라…'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아파트를 알아보던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의자 하나를 사더라도 해외 사이트까지 뒤져 가격을 비교하는 그였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아파트 시세와 실거래가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렇게 호갱이 될 수 없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담은 부동산 정보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호갱이 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름은 '호갱노노'로 지었다.
엄밀히 얘기하면 호갱노노의 출발은 부동산이 아닌 가구였다. 2014년 이사를 준비하며 가구를 알아보던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35)는 우리나라 이케아 제품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기사를 접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실제로 그런지 의문이 생겼다. 각국 이케아 매장 홈페이지에서 제품 가격을 모아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이를 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로 구현한 게 첫 번째 호갱노노였다.
가구에 적용했던 프로그램을 아파트로 옮기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피스텔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 심 대표는 2015년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주목했다.
그 또한 여느 청춘들처럼 집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자취방부터 신혼집까지 집을 얻는 일은 늘 험난했다. 집 구하기의 끝판왕은 아파트였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호갱이 나온다고 봐요. 아파트를 구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정보 장벽이 높은 것을 알게 됐어요. 찾아보니 아파트 실거래가 같은 정보는 이케아 가격만큼이나 구하기 쉽다는 사실에도 놀랐죠."
2016년 2월 출시된 호갱노노 앱은 호갱노노의 부동산 버전인 셈이다. 호갱노노의 핵심 기능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 부동산 정보 앱이 공인중개업소의 매물 정보 위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수요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입니다. 기존 부동산 앱이나 포털은 공급자 위주가 많았던 것 같아요. 공인중개업소의 광고비로 운영되니 그들이 보여주길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했겠죠. 그러다보니 보여지는 정보들이 편파적일 수 밖에 없었죠."
호갱노노는 실거래가뿐 아니라 학군과 근처 편의시설, 출퇴근 소요시간 등 수요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아파트 정보를 제공한다. 개별 카페나 앱을 일일이 검색해야 나왔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둔 셈이다. 전세 거주자를 위해 근저당권 설정과 대출 변동사항 등도 알려준다. 조목련 호갱노노 최고운영책임자(COO·34)는 아파트 구매 과정이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로 어영부영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얘기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잖아요. 보통 평생에 가장 큰 돈을 쓰는 자산이지 않나요? 그런데 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다른 물건보다 훨씬 적은 정보를 갖고 구매를 결정하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가방 하나 살 때 아파트보다 더 많이 찾아보고 따져보던걸요."
가방보다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다. 어디에 있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몰라서다. 호갱노노가 사용하는 13종 이상의 부동산 관련 데이터는 모두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이지만 일일이 검색해서 보는 일이 만만치 않다.
흩어져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누구나 쓰기 쉬운 서비스로 만드는 기술. 호갱노노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호갱노노 직원 6명 중 조 COO를 제외한 5명이 모두 개발자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 출신들로 대부분 10년차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김진형 호갱노노 개발이사(32)는 네이버에서 심 대표와 사수·부사수 관계로 만나 현재 호갱노노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호갱노노가 올 초 도입한 '인구통계 서비스'는 김 이사의 작품이다. 통계청 인구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인구 변화량과 이동 방향을 시각화했다.
"부동산 투자에서 인구통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계청에서 인구통계를 공개하고 있는데, 양도 많고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보려면 되게 어려워요. 이 데이터를 가공해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 어디서 유입됐는 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인구통계 서비스가 완성되기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호갱노노 개발자들은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도맡아해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들이 앞서 몸담았던 회사들에서는 부서간 의견 조율에만 수개월을 썼다.
"개발자로 살면서 '내 것'이라는 마인드를 갖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은 회사의 주문을 받아 일을 하는 식이니까요. 인구통계라는 작은 기능을 넣었지만, 하나의 서비스를 만든 것과 같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음… 대신 여기서는 이것저것 다 하는 '만능'이 돼야해요.(웃음)"
최근 호갱노노는 정보를 보여주던 것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은행권과 함께 대출 상담 서비스를 선보이며 수익 모델도 만들었다. 이용자가 대출 예상 금액, 은행 등을 입력하면 은행 직원이나 전문 대출 모집인이 상담을 진행한다. 호갱노노는 상담 건수에 따라 모집인으로부터 광고비 개념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앱 안에서 금융감독원 정보를 기반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데 금리라는 게 개인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적용돼서 결국은 상담이 필요하더라고요. 요즘은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를 늘리는 추세라 저희 플랫폼과 방향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조 COO) 호갱노노 가입자는 현재 22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들의 앱 활용도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앱에이프에 따르면 호갱노노는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부동산 앱 가운데 가입자 대비 월 활성이용자 수(MAU)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앱을 켜는 이용자가 전체의 87%에 달한다.
"자본과 인력만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저희 모두 큰 IT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들의 행동반경이랄까, 그런 걸 잘 알죠. 수백명의 개발자가 있다고 해서 전부 부동산에만 매달리지 않거든요. 오래된 거대 조직이 하지 못하는 것을 저희가 해내고 있다고 믿어요. 그게 통한다는 것도 하나씩 증명되고 있고요."(심 대표)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아파트를 알아보던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의자 하나를 사더라도 해외 사이트까지 뒤져 가격을 비교하는 그였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아파트 시세와 실거래가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렇게 호갱이 될 수 없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담은 부동산 정보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호갱이 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름은 '호갱노노'로 지었다.
엄밀히 얘기하면 호갱노노의 출발은 부동산이 아닌 가구였다. 2014년 이사를 준비하며 가구를 알아보던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35)는 우리나라 이케아 제품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기사를 접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실제로 그런지 의문이 생겼다. 각국 이케아 매장 홈페이지에서 제품 가격을 모아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이를 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로 구현한 게 첫 번째 호갱노노였다.
가구에 적용했던 프로그램을 아파트로 옮기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피스텔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 심 대표는 2015년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주목했다.
그 또한 여느 청춘들처럼 집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자취방부터 신혼집까지 집을 얻는 일은 늘 험난했다. 집 구하기의 끝판왕은 아파트였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호갱이 나온다고 봐요. 아파트를 구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정보 장벽이 높은 것을 알게 됐어요. 찾아보니 아파트 실거래가 같은 정보는 이케아 가격만큼이나 구하기 쉽다는 사실에도 놀랐죠."
2016년 2월 출시된 호갱노노 앱은 호갱노노의 부동산 버전인 셈이다. 호갱노노의 핵심 기능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 부동산 정보 앱이 공인중개업소의 매물 정보 위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수요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입니다. 기존 부동산 앱이나 포털은 공급자 위주가 많았던 것 같아요. 공인중개업소의 광고비로 운영되니 그들이 보여주길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했겠죠. 그러다보니 보여지는 정보들이 편파적일 수 밖에 없었죠."
호갱노노는 실거래가뿐 아니라 학군과 근처 편의시설, 출퇴근 소요시간 등 수요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아파트 정보를 제공한다. 개별 카페나 앱을 일일이 검색해야 나왔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둔 셈이다. 전세 거주자를 위해 근저당권 설정과 대출 변동사항 등도 알려준다. 조목련 호갱노노 최고운영책임자(COO·34)는 아파트 구매 과정이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로 어영부영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얘기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잖아요. 보통 평생에 가장 큰 돈을 쓰는 자산이지 않나요? 그런데 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다른 물건보다 훨씬 적은 정보를 갖고 구매를 결정하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가방 하나 살 때 아파트보다 더 많이 찾아보고 따져보던걸요."
가방보다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다. 어디에 있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몰라서다. 호갱노노가 사용하는 13종 이상의 부동산 관련 데이터는 모두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이지만 일일이 검색해서 보는 일이 만만치 않다.
흩어져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누구나 쓰기 쉬운 서비스로 만드는 기술. 호갱노노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호갱노노 직원 6명 중 조 COO를 제외한 5명이 모두 개발자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 출신들로 대부분 10년차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김진형 호갱노노 개발이사(32)는 네이버에서 심 대표와 사수·부사수 관계로 만나 현재 호갱노노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호갱노노가 올 초 도입한 '인구통계 서비스'는 김 이사의 작품이다. 통계청 인구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인구 변화량과 이동 방향을 시각화했다.
"부동산 투자에서 인구통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계청에서 인구통계를 공개하고 있는데, 양도 많고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보려면 되게 어려워요. 이 데이터를 가공해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 어디서 유입됐는 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인구통계 서비스가 완성되기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호갱노노 개발자들은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도맡아해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들이 앞서 몸담았던 회사들에서는 부서간 의견 조율에만 수개월을 썼다.
"개발자로 살면서 '내 것'이라는 마인드를 갖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은 회사의 주문을 받아 일을 하는 식이니까요. 인구통계라는 작은 기능을 넣었지만, 하나의 서비스를 만든 것과 같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음… 대신 여기서는 이것저것 다 하는 '만능'이 돼야해요.(웃음)"
최근 호갱노노는 정보를 보여주던 것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은행권과 함께 대출 상담 서비스를 선보이며 수익 모델도 만들었다. 이용자가 대출 예상 금액, 은행 등을 입력하면 은행 직원이나 전문 대출 모집인이 상담을 진행한다. 호갱노노는 상담 건수에 따라 모집인으로부터 광고비 개념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앱 안에서 금융감독원 정보를 기반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데 금리라는 게 개인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적용돼서 결국은 상담이 필요하더라고요. 요즘은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를 늘리는 추세라 저희 플랫폼과 방향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조 COO) 호갱노노 가입자는 현재 22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들의 앱 활용도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앱에이프에 따르면 호갱노노는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부동산 앱 가운데 가입자 대비 월 활성이용자 수(MAU)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앱을 켜는 이용자가 전체의 87%에 달한다.
"자본과 인력만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저희 모두 큰 IT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들의 행동반경이랄까, 그런 걸 잘 알죠. 수백명의 개발자가 있다고 해서 전부 부동산에만 매달리지 않거든요. 오래된 거대 조직이 하지 못하는 것을 저희가 해내고 있다고 믿어요. 그게 통한다는 것도 하나씩 증명되고 있고요."(심 대표)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