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 다수가 당초 희망한 것보다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아꼈다. 기관투자가들이 역대 최대인 46조원 규모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참여하면서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비싼 채권가격)를 써냈기 때문이다. 희망 수준보다 발행 금리를 연 0.6%포인트 이상 아낀 기업도 네 곳이었다.

2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제도 도입 이후 희망 공모 금리 대비 최종 발행 금리 절감폭이 큰 상위 다섯 종목 가운데 네 종목이 올 상반기 발행물이었다.

태광실업, 대림코퍼레이션, 한화케미칼, 한화가 수요예측에 앞서 기관들에 제시한 희망 금리보다 연 0.6%포인트 이상 낮은 이자 비용을 확정하면서 차례로 역대 2위부터 5위에 올랐다. 역대 1위는 지난해 10월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산업개발(연 0.72%포인트 절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와 LG실트론 등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이자 비용이 줄어든 기업은 집계에서 뺐다.

태광실업은 지난달 29일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2.38%에 발행했다. 당초 연 3.05% 금리를 희망했으나 400억원어치 모집에 32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려 이자 비용이 낮아졌다. 예상 이자 절감액은 연 2억6800만원(연 0.67%포인트)이다.

대림코퍼레이션도 3년 만기 회사채를 희망 금리보다 연 0.67%포인트 낮은 연 2.87%에 발행하고 금액도 800억원으로 300억원 늘렸다. 한화케미칼(3년물)과 한화(3년물)의 금리 절감 폭은 각각 연 0.62%포인트, 연 0.60%포인트였다.

다만 건설업종 내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신용등급에 비해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SK건설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 금리는 연 5.40%로 같은 신용등급(A-)의 한솔케미칼(연 2.77%)과 두 배 차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건설사 회사채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