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찌꺼기·스팀 끌어모아 전기 만드는 '자린고비 기술'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9일 한국전력과 손잡고 해외 페트콕(석유정제 부산물) 발전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재활용하지 못하고 헐값에 시멘트 제조업체에 넘겨온 페트콕을 순환유동층보일러에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석유 찌꺼기를 전력원으로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페트콕만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스팀으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철강·화학업계는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런 재료들을 활용해 자가발전 비율을 높이고 있다. 철강, 화학 분야는 전기 사용량이 가장 높은 산업군인 만큼 전기료 절감이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서 전기요금 절감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포스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014년 6100억원이던 전기료를 지난해 4200억원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결은 포스코가 보유한 자체 발전시설이다.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의 대부분을 공정 에너지원으로 회수해 사용하거나 자가발전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총 전력 소비량의 68%를 자가 발전으로 생산한다.

포스코가 발전에 사용하는 부생가스는 철광석·코크스를 넣고 쇳물로 녹여내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기체다. 수소와 메탄이 주성분이다. 포스코는 부생가스를 포집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일부를 외부에 판매하고 나머지를 발전 연료로 활용한다. CDQ 발전은 폐열 발전의 한 종류다. 적열코크스에서 회수된 열로 보일러를 운전해 증기를 생산한 뒤 이 증기로 터빈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TRT는 열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철소 고로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이다.

화학업계는 주로 부생가스를 자가 발전 원료로 사용한다. 국내 정유·화학업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LG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 부산물인 메탄가스로 가스 터빈 발전기(GTG·gas turbine generator)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달 NCC 시설 투자를 발표한 한화토탈은 GTG 시설 증설도 함께 발표했다. 한화토탈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37%를 자가발전하고 있는데, 이번 GTG 도입을 통해 자가 발전율을 42%까지 높일 예정이다.

계절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요금이 비싼 여름에는 공정에서 발생한 스팀을 활용해 터빈 발전기를 구동한다. 겨울에는 자체 생산한 스팀과 물의 반응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공장 가동에 사용하는 등 에너지원을 계절별로 선택해 적기에 활용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