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대부분 '빨간불'
"경기·실적 좋아 상승장 지속"
주요국 중 가장 많이 올랐지만 코스피 PER 9.8배 불과
미국·인도의 절반 수준, 대만 등 신흥국보다도 낮아
하반기 중소형주 반등 가능성
코스피지수는 29일 13.10포인트(0.55%) 뛴 2395.66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369포인트, 두 달여 만에 200포인트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1000억원)와 기관(202억원)의 ‘쌍끌이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0.50%) SK하이닉스(1.93%) 현대자동차(0.63%)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대부분에 ‘빨간불(상승)’이 들어왔다.
대형주들의 선전으로 이날 처음 장중 2400 고지를 밟은 코스피지수는 올해 거침없는 상승세로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오명을 벗었다. 2011년부터 6년간 1850~2200 사이에서 맴돌던 지수는 지난달 4일(2241.24) 전 고점을 뚫으면서 상승 물꼬를 텄다. 지난달 22일(종가 2304.03)에는 처음 2300선을 돌파했고 한 달여 만에 장중 2400선마저 넘었다.
주요국 지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상승세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지수는 17.6% 뛰었다. 미국 S&P500(9.0%)이나 영국(3.4%) 독일(10.2%) 일본(6.3%)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2.3%) 인도(15.9%) 대만(12.3%) 등 주요 신흥국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PBR 1배, 여전히 저평가
전문가들은 올해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1.0배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17.8배)과 인도(17.7배)는 PER이 17배를 웃돈다. 낮은 편인 독일(13.4배)이나 대만(14.2배)도 10배를 훌쩍 넘는다. PBR도 2배가 채 안 되는 대만(1.8배)이나 중국(1.4배) 일본(1.2배)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상승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6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사상 최대 기업 이익이라는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어 상승 동력이 크다”며 “세계 경기 회복 흐름이 순환적으로 나타나면서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정보기술(IT) 금융 중심의 대형주 쏠림이 심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중소형주의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이후는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형주의 틈새 메우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배당성향(총 배당금/당기순이익)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23.8%였지만 올해 예상치는 17.2%다. 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배당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의 비율이 낮아졌다. 미국(38.0%) 영국(60.9%)뿐 아니라 중국(31.0%) 인도(31.3%)에 비해서도 낮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배당성향이 얼마나 올라가느냐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고점이 결정될 것”이라며 “배당성향이 50% 이상으로 확대되면 코스피지수가 3300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무라증권도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 강화로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정현/강영연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