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오릭 AT커니 글로벌 회장이 2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AT커니와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린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7’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요한 오릭 AT커니 글로벌 회장이 2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AT커니와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린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7’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5년 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은 거품이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디지털 전략은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농업·광업부터 전통 제조업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요한 오릭 AT커니 글로벌 회장은 22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7’ 기조강연에서 “4차 산업에 ‘진화’가 아니라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경제·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입고 1·2차 산업 부활

그는 호주의 한 광산 기업을 방문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방문한 한 광산의 중앙운영실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광산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얼마나 깊이, 얼마나 많은 양의 광물을 채굴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오릭 회장은 “본사 중앙운영실에서는 마치 드론을 띄운 것처럼 세계 광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의 범위는 이처럼 전방위적”이라고 설명했다.
요한 오릭 AT커니 회장 "광산에서도 AI로 채굴량 관리…4차 산업혁명엔 예외 없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근본적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대량생산’에서 ‘맞춤생산’으로의 전환이다. 고객 수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신발을 제조하는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로 떠났던 제조 기지들이 소비 현장 근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업(業)’의 속성도 달라졌다. 로봇의 등장으로 무인화·자동화가 이뤄지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는 “1970년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처음 도입했을 때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했다”며 “현재 미국에 약 40만 개의 ATM 기기가 있지만 은행 지점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단순 출금 업무는 줄어들었지만 금융 상담·자산 관리 등 새로운 역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기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AT커니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일어날 국제적·사회적 변화를 예측한 가상 시나리오 60개를 만들었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해 세계적으로 고성장 시대가 열린다는 게 많은 이들이 바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부정적 전망도 많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성이 높아지는 만큼 사이버 보안 문제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그는 “한국은 삼성과 현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업과 제조기업을 동시에 갖춘 나라”라며 “기술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한국은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꼭 실천해야 할 디지털 전략도 소개했다. 오릭 회장은 “기업의 디지털 전략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권을 잡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며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에게 디지털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