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임상 돋보기]삼성바이오에피스, 허셉틴 시밀러 3상…동등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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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기사만 봐서는 모르겠어. 데이터를 봐야 알지." 높아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만큼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 없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요 임상 데이터를 이 곳을 할애해 전달한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SB3' 임상3상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SB3가 오리지널약인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의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화(ASCO)에서 SB3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결과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처음으로 날아온 질문은 "SB3를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볼 수 있느냐"였다.
◆ SB3, 바이오시밀러 맞나?…허셉틴보다 효능 좋아
허셉틴은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인 'HER2'가 과발현된 유방암 환자에 쓰이는 표적항암제다. 기존 항암제 대비 높은 치료율로 인해 연간 7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한 국내외 제약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4개 국가에서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된 조기 유방암 환자 875명으로 대상으로 3상을 진행했다.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눠 SB3(437명) 또는 허셉틴(438명)을 수술 전 3주 간격으로, 도세탁셀 및 플루오로우라실·에피루비신·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FEC) 등과 병용투여했다. 수술 이후에는 SB3 또는 허셉틴을 단독으로 3주 간격 최대 10회 투여했다.
이번 3상은 수술 시점에서 조직 검사를 통해 두 군의 유방조직 완전관해율(BPCR)을 비교해 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BPCR은 유방조직에서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임상 결과, 계획대로 투여를 모두 마친 환자(PPS)에서 SB3 투여군의 BPCR은 51.7%, 허셉틴은 42.0%로 나타났다. SB3의 완전관해율(효능)이 허셉틴보다 9.7%포인트 더 좋았던 것이다.
이 결과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SB3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약과 비슷(동등)해야 한다. 효능은 물론 부작용까지도 비슷해야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는다. 복제약이기에 바이오시밀러는 임상2상도 생략하고, 안전성(임상1상)과 오리지널약과의 동등성만(임상3상)을 보는 것이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는 임상1,2,3상의 모든 단계를 밟는다.
◆ 임상 실패는 아냐…시판 승인, 허가기관에 달려
SB3의 3상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사전에 목표로 잡은 효능에 있어 동등성 범위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등성 입증에 있어서 '90% 신뢰구간에서 허셉틴 대비 SB3의 BPCR 비율(ratio) 0.785~1.546' 또는 '95% 신뢰구간에서 허셉틴과 SB3의 BPCR 비율 차이(difference) ±13%'로 정했다. SB3 투여군의 BPCR 51.7%, 허셉틴의 42.0%를 위의 통계 방식으로 처리하면, SB3의 효능수치를 허셉틴으로 나눈 비율(ratio) 의 평균값은 1.259였다. 하단과 상단은 1.112와 1.425로 사전에 정의한 범위에 들어왔다. 비율값이 1이면, SB3와 허셉틴의 BPCR 효능이 같다는 의미다.
차이(difference)는 평균값이 10.70%이었고, 하단과 상단은 4.13%와 17.26%였다. 상단이 목표 범위인 13%를 벗어난 것이다. 이것이 논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차이에 있어서는 상단이 동등성 범위를 벗어났으나, 비율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효능의 동등함을 입증했다"며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 임상의 목표였기 때문에 이번 임상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평가변수를 BPCR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유방암의 경우 유방조직뿐 아니라 겨드랑이림프절(액와림프절)에서도 종양이 발견되기 때문에 유방과 액와림프절의 완전관해율(TPCR)을 지표로 설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번 결과에 대한 업계의 해석도 갈리고 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차이의 평균값이 10.70%로 사전에 정의한 동등성 범위 ±13% 사이에 있어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할 것같지만, SB3는 위원간 의견이 갈릴 것같다"며 "결국 시판 승인은 허가기관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ASCO에서는 셀트리온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같은 날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동일한 방식의 임상에서 허쥬마는 평가지표를 TPCR로 설정했고, 사전에 목표한 비율(0.74~1.35)과 차이(±15%)의 동등성 범위를 모두 충족하는 결과를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시판 허가를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에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청했다. 승인 심사에는 통상적으로 1년여가 걸리고, 승인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허가 여부에 대한 권고를 받는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SB3' 임상3상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SB3가 오리지널약인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의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화(ASCO)에서 SB3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결과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처음으로 날아온 질문은 "SB3를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볼 수 있느냐"였다.
◆ SB3, 바이오시밀러 맞나?…허셉틴보다 효능 좋아
허셉틴은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인 'HER2'가 과발현된 유방암 환자에 쓰이는 표적항암제다. 기존 항암제 대비 높은 치료율로 인해 연간 7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한 국내외 제약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4개 국가에서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된 조기 유방암 환자 875명으로 대상으로 3상을 진행했다.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눠 SB3(437명) 또는 허셉틴(438명)을 수술 전 3주 간격으로, 도세탁셀 및 플루오로우라실·에피루비신·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FEC) 등과 병용투여했다. 수술 이후에는 SB3 또는 허셉틴을 단독으로 3주 간격 최대 10회 투여했다.
이번 3상은 수술 시점에서 조직 검사를 통해 두 군의 유방조직 완전관해율(BPCR)을 비교해 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BPCR은 유방조직에서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임상 결과, 계획대로 투여를 모두 마친 환자(PPS)에서 SB3 투여군의 BPCR은 51.7%, 허셉틴은 42.0%로 나타났다. SB3의 완전관해율(효능)이 허셉틴보다 9.7%포인트 더 좋았던 것이다.
이 결과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SB3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약과 비슷(동등)해야 한다. 효능은 물론 부작용까지도 비슷해야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는다. 복제약이기에 바이오시밀러는 임상2상도 생략하고, 안전성(임상1상)과 오리지널약과의 동등성만(임상3상)을 보는 것이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는 임상1,2,3상의 모든 단계를 밟는다.
◆ 임상 실패는 아냐…시판 승인, 허가기관에 달려
SB3의 3상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사전에 목표로 잡은 효능에 있어 동등성 범위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등성 입증에 있어서 '90% 신뢰구간에서 허셉틴 대비 SB3의 BPCR 비율(ratio) 0.785~1.546' 또는 '95% 신뢰구간에서 허셉틴과 SB3의 BPCR 비율 차이(difference) ±13%'로 정했다. SB3 투여군의 BPCR 51.7%, 허셉틴의 42.0%를 위의 통계 방식으로 처리하면, SB3의 효능수치를 허셉틴으로 나눈 비율(ratio) 의 평균값은 1.259였다. 하단과 상단은 1.112와 1.425로 사전에 정의한 범위에 들어왔다. 비율값이 1이면, SB3와 허셉틴의 BPCR 효능이 같다는 의미다.
차이(difference)는 평균값이 10.70%이었고, 하단과 상단은 4.13%와 17.26%였다. 상단이 목표 범위인 13%를 벗어난 것이다. 이것이 논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차이에 있어서는 상단이 동등성 범위를 벗어났으나, 비율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효능의 동등함을 입증했다"며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 임상의 목표였기 때문에 이번 임상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평가변수를 BPCR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유방암의 경우 유방조직뿐 아니라 겨드랑이림프절(액와림프절)에서도 종양이 발견되기 때문에 유방과 액와림프절의 완전관해율(TPCR)을 지표로 설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번 결과에 대한 업계의 해석도 갈리고 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차이의 평균값이 10.70%로 사전에 정의한 동등성 범위 ±13% 사이에 있어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할 것같지만, SB3는 위원간 의견이 갈릴 것같다"며 "결국 시판 승인은 허가기관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ASCO에서는 셀트리온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같은 날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동일한 방식의 임상에서 허쥬마는 평가지표를 TPCR로 설정했고, 사전에 목표한 비율(0.74~1.35)과 차이(±15%)의 동등성 범위를 모두 충족하는 결과를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시판 허가를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에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청했다. 승인 심사에는 통상적으로 1년여가 걸리고, 승인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허가 여부에 대한 권고를 받는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