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2009년 매장 내 ‘명인명촌’이란 식품 편집숍을 열었다. 각 지역 장인들이 전통 방식을 고수해 만든 장, 식초, 전통주, 참기름 등에 ‘명인명촌’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달았다.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물량이 적은데도 올해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장인이 참여해 250여 종의 상품을 공급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명인명촌 브랜드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명인명촌 2.0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판로 지원을 넘어 농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농가 동행’(가칭)이다.

◆공차, 명인명촌 오미자티 내놔

농가 동행은 단순 판매 위주인 현재의 명인명촌 사업을 다양한 외식 업체, 식품 기업과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인명촌 장인이 만든 전통식품을 다양한 분야에 쓰이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목표가 성공하면 ‘명인명촌 브랜드 이미지 상승→농가 소득 증대→현대백화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판단이다.

글로벌 티 브랜드 공차가 먼저 현대백화점과 손잡았다. 공차는 명인명촌과 연계한 메뉴를 개발해 15일 내놨다.

‘명인명촌 문경 오미자 그린티 스파클링’과 ‘명인명촌 장흥 매실 블랙티 스파클링’ 2종류다. 명인명촌 연계 농가에서 문경 오미자와 장흥 매실을 공급하기로 했다. 다음달 31일까지 전국 11곳의 공차 점포에서 신제품을 시범 판매한다. 반응이 좋으면 판매점을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반찬 회사와 단체 급식 업체 등도 협업 대상이다. 명인명촌 과자, 아이스크림 등으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전통식품 체험 관광 상품도

관광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명인명촌 연계 농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북 경주, 충북 제천, 전북 임실 등 전국 40여 곳이 후보지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전통식품을 실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전통식품 판매도 할 예정이다. 인근 문화재를 둘러보고 지역 향토 음식을 맛보며 지역 명물을 구경하는 시간도 갖는다.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여행 전문가, 사찰 관리인 등 10여 명이 해설사로 나서 여행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자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현대백화점 측은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7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만들 예정이다.

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판매뿐 아니라 원재료 구매부터 상품 기획, 포장, 디자인, 마케팅까지 아울러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해외 수출도 추진한다. 지난해 임시 점포 형태로 들어간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과 정식 입점을 협의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토종 식품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유통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농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앞으로도 고민하고 농가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