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여성 임원인 박현진 대웅제약 개발본부장(41·사진)은 14일 “여성들이 자기가 만든 한계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약사국가고시 합격자의 65%가 여성이지만 국내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7%에 불과하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약사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 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박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직장에서의 진로 고민은 오히려 개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성공하려면 약사 자격증이 없다고 생각하고 현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성균관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2000년 GSK코리아에서 근무했다. 2005년부터 대웅제약에서 마케팅, 신사업, 글로벌전략부를 두루 거쳤다. 작년 6월 40세에 도전 개발본부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최근 정식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대웅제약은 승진 인사 때 ‘도전’ 직함을 주고 1년간 역량을 평가한 뒤 통과하면 정식 발령을 낸다. 도전 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성장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과정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경력이 쌓인 임원들도 본인의 미흡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본부장이 이끄는 개발본부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품을 기획하고 사업 개발, 허가, 임상 등을 포괄하는 부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국내와 해외에 이원화돼 있던 개발부를 통합해 80여 명 규모의 개발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글로벌사업본부 팀장이던 그를 임명했다. 박 본부장은 “다국적 제약사처럼 개발, 연구, 관리를 전사적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 컬래버레이션’도 적극적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초 신설한 오픈 컬래버레이션 사무국을 조직화하고 있다”며 “각 부서에서 해외 연구소, 대학, 기업과 진행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공동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의 꿈은 제약업계 여성 리더로서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그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일할 의지와 열정이 있고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출퇴근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여성들도 경력단절 없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