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던 한국선주협회 연찬회가 9월로 미뤄졌다. 해운업계 불황 탓이다. 해운 운임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던 지난해에는 1박2일로 진행하던 행사를 ‘당일치기’로 축소했다. 올해는 이마저도 3개월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국내 해운업체들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선주협회는 2002년부터 매년 연찬회를 주최하고 있다. 해운업계 사장단이 모여 해운산업의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다.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도 참석해 업계 의견을 듣는다. 지난해에는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조규열 수출입은행 부행장, 외항해운업계 사장단 등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해운 경기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해운 업황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1분기 평균 93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0%가량 오른 수치다. 하지만 2008년 당시 1만포인트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정체 상태에 가깝다. 일각에서 해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놔도 해운업계에서 그다지 반색하지 않는 이유다.

해운업계는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으로 시작된 한국 해운산업 전반의 불황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31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14년 만에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의 해양잠재력이 있으면서도 해양수산의 국가 경제 기여도(2014년 6.4%)는 아직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다시 한번 해양수산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