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난방기술 '온돌', 해외선 대접…국내선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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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회의사당·프랑스 박물관, 온돌 난방 기술 도입
해외서 각광받는 기술로
국내선 전문기업 부족, 외국 기업이 공사 맡아
해외서 각광받는 기술로
국내선 전문기업 부족, 외국 기업이 공사 맡아
부산 해운대의 두산 위브더제니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아파트다. 80층 높이의 이 아파트에는 한국의 전통 난방 기술인 온돌이 적용됐다. 2011년 완공된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마리나타워(72층)와 경기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타워(66층)도 온돌 기술이 적용된 초고층 주거 시설이다.
김광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전통문화융합연구포럼’에서 “한국은 8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온돌 기술을 적용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전문기업도 없고 과학적 연구가 부족해 점차 해외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돌(ondol)은 옥스퍼드 사전에도 오른 한국의 대표적 전통 발명품 중 하나다. 아궁이에 불을 때 뜨겁게 달군 공기로 바닥을 데우고 다시 이 열로 방안 공기 전체를 데우는 원리다. 바닥의 열이 공기 중 복사를 통해 전달되는 방식이어서 복사난방이라고도 부른다. 온돌 기술은 최근 ‘복사냉난방’이란 새 이름으로 불리며 해외 건축물들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일명 라이히슈타크)은 7500㎡ 건물 바닥을 온돌 방식으로 데우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박물관에도 온돌 기술이 채택됐다. 북유럽에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항공기 격납고, 소아병원, 실내 경기장에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핀란드의 냉난방 설비회사 우포너에 따르면 연간 복사 냉난방 시장 규모는 24억유로(약 3조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온돌 주도권은 점점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공간환경센터가 발표한 전 세계 복사냉난방 도입 건물 명단을 살펴보면 한국은 인천공항 제2청사와 서울 상암동 에너지드림센터 등 고작 두 곳만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이 두 곳 역시 해외 기업과 연구소가 시공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과 원조 논란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온돌을 자국 내 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전통 난방 기술로 국제 사회에 소개하고 있다”며 “온돌 과학화와 산업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전통 증류주의 과학적 복원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과 미국의 위스키 회사들은 각각 고유한 형태의 증류기를 보유하고 있다. 증류기 냉각기 방향과 전체 형태에 따라 고유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증류주로 전통소주가 있지만, 전통 증류장치가 아니라 외국에서 위스키와 브랜디를 만들던 증류장치를 도입해 생산하고 있다. ‘소줏고리’(사진)라는 전통 증류기는 발효액 전체를 고르게 가열하지 못하고 탄내가 나는 등 단점이 있는 데다 일제 강점기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김재호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연구팀장은 “전통소주가 위스키처럼 브랜드화하려면 전통 소줏고리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기존 한계를 극복한 한국형 증류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김광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전통문화융합연구포럼’에서 “한국은 8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온돌 기술을 적용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전문기업도 없고 과학적 연구가 부족해 점차 해외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돌(ondol)은 옥스퍼드 사전에도 오른 한국의 대표적 전통 발명품 중 하나다. 아궁이에 불을 때 뜨겁게 달군 공기로 바닥을 데우고 다시 이 열로 방안 공기 전체를 데우는 원리다. 바닥의 열이 공기 중 복사를 통해 전달되는 방식이어서 복사난방이라고도 부른다. 온돌 기술은 최근 ‘복사냉난방’이란 새 이름으로 불리며 해외 건축물들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일명 라이히슈타크)은 7500㎡ 건물 바닥을 온돌 방식으로 데우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박물관에도 온돌 기술이 채택됐다. 북유럽에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항공기 격납고, 소아병원, 실내 경기장에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핀란드의 냉난방 설비회사 우포너에 따르면 연간 복사 냉난방 시장 규모는 24억유로(약 3조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온돌 주도권은 점점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공간환경센터가 발표한 전 세계 복사냉난방 도입 건물 명단을 살펴보면 한국은 인천공항 제2청사와 서울 상암동 에너지드림센터 등 고작 두 곳만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이 두 곳 역시 해외 기업과 연구소가 시공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과 원조 논란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온돌을 자국 내 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전통 난방 기술로 국제 사회에 소개하고 있다”며 “온돌 과학화와 산업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전통 증류주의 과학적 복원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과 미국의 위스키 회사들은 각각 고유한 형태의 증류기를 보유하고 있다. 증류기 냉각기 방향과 전체 형태에 따라 고유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증류주로 전통소주가 있지만, 전통 증류장치가 아니라 외국에서 위스키와 브랜디를 만들던 증류장치를 도입해 생산하고 있다. ‘소줏고리’(사진)라는 전통 증류기는 발효액 전체를 고르게 가열하지 못하고 탄내가 나는 등 단점이 있는 데다 일제 강점기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김재호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연구팀장은 “전통소주가 위스키처럼 브랜드화하려면 전통 소줏고리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기존 한계를 극복한 한국형 증류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