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불확실성 완화, 나스닥 등 해외증시 강세도 호재
외국인 6거래일간 1.2조 순매수…20여개 증권주 1년 최고가
노무라증권 "연말 2600 간다"
국제 유가 하락은 변수
코스피지수는 9일 18.12포인트(0.77%) 오른 2381.69에 마감했다. 지난 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2371.72)를 4거래일 만에 넘어섰다. 한때 2385.15까지 오르며 지난 5일 세운 장중 역대 최고치 기록(2376.83)도 3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542조997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148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투자자는 1688억원, 기관투자가는 3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말 순매도로 전환했던 외국인은 다시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이달 들어 6거래일간 순매수 금액만 1조253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지수도 4.18포인트(0.62%) 오른 674.15를 기록하며 8거래일 연속 올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가 670선을 탈환한 건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증권주도 고공 행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업지수는 2173.58로 전일보다 93.74포인트(4.51%)나 올랐다. 미래에셋대우 등 20여 개 증권주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30개 증권업 종목이 모두 상승했다.
이달 세계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과 ECB 통화정책회의가 무난히 끝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해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반등하고 공포지수는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52% 오른 20,013.26으로 마감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영국 총선, ECB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이 해소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이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만큼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끈 ‘반도체 랠리’
증권가에서는 이달 들어 더 뜨거워진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주식 선물·옵션의 동시 만기일이 겹친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이었던 지난 8일에도 외국인 매수세(2817억원)가 조정 우려를 잠재웠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금융콘퍼런스에 참석 중인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것을 느낄 정도”라며 “아시아 경쟁 국가들의 두 배가 넘는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증가율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저평가 해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연말 코스피지수 상단을 2600으로 높여잡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3656억원) SK하이닉스(551억원) 등 반도체주와 네이버(638억원) 카카오(585억원) 등 인터넷 업종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 한동안 고점 논란에 시달렸던 반도체 업황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7개월 연속 상승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지수가 7개월 연속 상승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6월 조정론’을 폈다. 하지만 이미 지수가 2380선에 도달했고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새 기록을 쓸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은 변수로는 국제 유가가 꼽힌다. 전날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가 하루에 5.1%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0.2% 떨어지면서 배럴당 45달러 선이 위태로워져서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은 올해 유가 전망치를 40달러 선까지 낮추는 등 장기 하락설이 나오고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단기 급락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