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은 9일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해 “거품이 끼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한은 금요 강좌’ 700회 기념 특강에서 “한국의 전국 주택 가격은 1990년대 초 일본 수준의 거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소비자물가 정도의 전국 주택 가격 상승 폭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강남 또는 ‘버블세븐(강남 3구·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에는 투기적 성격의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한국 경제가 연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긴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올 1분기 성장률이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선 데다 다음달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최소 0.2%포인트가량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연간 3% 성장’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는 “한국 경제가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민간 소비 회복은 지체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는 저출산에 따라 노동 투입이 제약되고 있는 데다 자본 심화 정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0.2% 정도 떨어져 틀림없는 하락세에 있다”며 “20년 전 일본처럼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가 원인이기 때문에 대중영합 정책을 지양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