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가 IS 후원" 주장하며 험악한 패권경쟁 예고
'본토'서 밀린 IS, 수니-시아 종파갈등 부추겨 지지층 결속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결국 '시아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을 겨눴다.

IS는 7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도심 의회 의사당과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이맘호메이니 영묘를 거의 동시에 급습, 총격과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두 곳 모두 이란의 정치·종교적으로 상징적인 곳인 만큼 이란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맘호메이니 영묘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지도자이자 이란의 '국부'로 칭송되는 아야톨라 루홀레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성지'다.

신정일치 체재의 이란은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이 최고지도자로 수렴한다.

IS는 시아파 이슬람국가 수립을 이끈 이맘호메이니의 영묘를 과감하게 표적으로 삼아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종파적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이는 2006년 2월 IS의 전신인 알카에다이라크지부(AQI)가 이라크 시아파 성지 알아스카리 사원을 폭파하면서 내전에 버금가는 종파간 유혈 보복사태가 이어졌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극단적 수니파 이슬람 사상을 신봉하는 IS는 시아파를 이단자 또는 배교자로 일컬으면서 종파 갈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IS는 중동 내에선 수니-시아파의 종파 갈등을, 서방에선 이슬람-기독교의 종교 전쟁 구도를 조장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한다.

무엇보다 IS가 이란이 성지로 여기는 이맘호메이니 영묘를 공격하면서 중동 내 종파간 충돌은 최고조의 위기로 치달을 전망이다.

IS는 근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급격히 위축되자 전선을 넓히고 극단적 수니파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테러는 카타르 단교 사태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히 IS의 종파적 테러에 그치지 않고 중동 정세에 미칠 여파가 상당히 심각하다.

이란의 '숙적'이자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 관계가 어느 때보다 증폭될 수 있어서다.

사우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이란 고립 정책에 힘입어 친이란 성향의 카타르를 테러조직을 지원한다고 지목해 단교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고리로 이란에 대해 날을 바짝 세운 긴장 상황에서 터진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IS의 이번 테헤란 테러로 양국 관계를 더욱 경색될 게 확실하다.

이란은 사우디가 IS, 알카에다 등 수니파 테러조직의 후원자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7일 테러 직후 이란 현지 언론은 사우디의 이란 적대 정책을 부각해 테러와 엮으면서 사우디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사상 최고 수준의 험악한 패권경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전망이다.

이란은 이번 테러를 명분으로 이라크, 시리아에서 IS 격퇴전 개입 수위를 높이면서, 공식적으로 지상군을 파병할 공산도 크다.

이렇게 되면 그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으로 진행되던 이라크, 시리아 내전이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는커녕 양국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