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1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7’ 제1세션. 왼쪽부터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튼튼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1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7’ 제1세션. 왼쪽부터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튼튼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세계 최고 과학자를 길러내려면 연구소 조직도를 거꾸로 뒤집어야 합니다. 연구센터 책임자의 가장 큰 역할은 연구자들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성공을 돕는 겁니다.”

양자나노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은 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7’에서 연사로 나서 “교수가 학생을 위해, 센터장이 연구자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훌륭한 과학자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열린 연구문화 만들어야

하인리히 단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IBM 알마덴연구소에서 재직하며 주사터널링현미경(STM)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2016년 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에 임명된 그는 지난 1월부터 IBS와 이화여대가 설립한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인재를 기르려면 개방적인 연구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인리히 단장은 “연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같은 권리와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며 “학생이어도 교수와 똑같이 질문을 던지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인재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석·박사 과정을 밟을 때 2년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며 “당시 견문을 넓힌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IBM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설립할 양자나노과학센터 인원의 절반가량을 해외 연구원으로 뽑을 계획”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서 연구하는 듯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구, 상용특허 기여도 높아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낸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기초연구의 성과가 응용연구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1980~2007년 미국 특허청에 접수된 과제 36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상용특허에 기여한 정도가 거의 비슷했다”며 “기초연구 성과는 생각보다 우리 삶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연구개발을 많이 해서 과학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연구개발 분야는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젊은 과학자 훈련 프로그램 필요

김튼튼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청년 과학자의 눈높이에서 과학 인재 육성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IBS가 40세 이하 과학자를 지원하는 영사이언티스트펠로십(YSF)에 참여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박사를 마쳐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며 “해외처럼 박사후과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들은 자신만의 연구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한국연구재단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 IBS의 YSF 등이 있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에서 운영하는 마리퀴리 리서치 펠로십을 모범 사례로 언급했다. 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연구 방법을 훈련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처럼 유능한 연구자를 뽑아서 집중 훈련시키면서 진짜 연구자, 교육자로 키우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래의 동료 과학자들에게 “반드시 유명한 과학자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나라를 위해 공헌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위상절연체 연구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사울리스 교수 등은 30대에 해당 논문을 썼다”며 “그들은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호기심에 재미로 연구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뤘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구애받지 말고 힘내서 즐겁게 연구하자”고 말했다.

■ 스트롱코리아

한국경제신문이 2002년부터 16년째 이어가고 있는 과학기술 강국 캠페인. 스트롱(STRONG)이란 말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연구와 혁신(research & renovation)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이란 목표(our national goal)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