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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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이 신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협업하는 사업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경쟁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등 협업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에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스마트밴드(팔찌) 업체 ‘직토’와 전기차 셰어링 업체 ‘에버온’을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했다. 스마트밴드로 하루 걷는 거리, 건강 상태 등을 측정해 KB손해보험 등에서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선정된 업체 중엔 유아용 교구업체 ‘프레도’, 이미지 검색업체 ‘오드컨셉’, 전기차 충전기 업체 ‘지오라인’ 등 금융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도 있다. KB금융 이노베이션 허브유닛 관계자는 “금융회사라고 신기술에 대한 관심을 핀테크에만 한정하는 것은 스스로 발전 가능성에 한계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26곳을 지원하고 있다.
"핀테크 시장 주도"…스타트업과 손잡는 은행들
2015년 6월 핀테크 스타트업 멘토링 센터 ‘원큐(1Q)랩’을 개설한 하나금융은 인공지능 자산관리·상담 등 업체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20개 기업을 선정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멘토링과 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외부 정보기술(IT)업체에 용역을 줘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엔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간편송금업체인 ‘토스’와 제휴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는 ‘위비톡 송금’과 경쟁관계라고 판단해 협력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또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위비 핀테크랩’을 통해 업체 5곳을 추가 선발하는 등 총 12개 신생기업을 지원 중이다. 기업은행은 ‘IBK 핀테크 드림랩’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업체 ‘와디즈’를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대형 금융회사와 스타트업의 협업 형태도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은 지난 29일 금융당국의 ‘개인 간(P2P) 대출 가이드라인’ 시행에 맞춰 각각 15개 P2P업체의 자금관리를 맡았다. 지금까지는 P2P업체들이 신용등급 4~6등급인 수요자를 상대로 중금리 대출에 나서 은행과는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이지 않았다. 그러나 P2P 대출에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허용되면 은행 신용대출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P2P 대출업체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신한은행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