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브리오슈도레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다. 제과점 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의 출점을 제한하기 시작한 해다. 브리오슈도레는 지난 3월30일 서울 시내 한 곳에서 대규모 가맹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브리오슈도레 모회사이자 글로벌 외식기업인 르더프그룹은 브리오슈도레의 한국 가맹점을 10년 내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기적합업종으로 국내 대형 베이커리 성장이 정체되는 틈을 타 외국계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도쿄팡야·르타오·매그놀리아베이커리 급증

브리오슈도레뿐 아니다. 곤트란쉐리에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곤트란쉐리에는 크루아상으로 이름난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다. 프랑스 파리에 네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서울 반포 서래마을에 1호점을 내며 국내에 진출했다. 현재 국내 매장은 프랑스의 7배가 넘는 29곳에 달한다. 이 빵집을 차리려면 가맹비 50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매달 매출의 5%를 로열티로 별도로 떼어간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가맹비는 10분의 1인 500만원이며 로열티도 없다. 하지만 곤트란쉐리에 가맹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 밖에 2013년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들어온 일본 도쿄팡야와 르타오, 미국의 매그놀리아베이커리도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식 가맹점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외국계 베이커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만큼 빵집을 쉽게 열 만한 나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는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 점포 수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매년 400~500개의 신규 매장을 냈지만 지금은 40~50개로 줄었다. 뚜레쥬르의 매장 수도 2015년 1286개에서 지난해 1323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대기업 빵집 규제’가 외국계 베이커리의 공격적 확장을 돕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동네빵집 살아났는지도 의문

2013년 3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제과점 사업은 3년 시행 후 2019년 2월28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 이에 따라 출점 점포 수와 거리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 직전연도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출점할 수 있다. 또 기존 중소제과점에서 도보 500m 이내에는 출점을 못한다.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법제화된 것과 같은 구속력을 지닌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출점 규제는 할 수 있지만 동네빵집이 살아났다는 근거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 공장에서 생산한 빵을 대량 납품하는 초저가 베이커리 브랜드만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이들은 동네빵집으로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외국계 베이커리와 함께 동네빵집의 경쟁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가 출점을 못하는 자리에 잇브레드 등 초저가 빵집이나 고가의 외국계 빵집만 늘어나면 국내 제과제빵업의 경쟁력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보 500m 내에 출점을 금지한 거리 제한이 인위적으로 시장을 분할하고 특정 상권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는 등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빵집은 독립된 개인사업자로 자영업자나 마찬가지인데 대기업인 것처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중기적합업종을 법제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외식업에서 대기업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보다 자영업이 왜 어려운지 근본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