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45야드)는 지난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이뤄진 변화였다. 도전에 따른 확실한 보상과 위험이 따르도록 난이도를 조정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측은 보수공사 후 열린 첫 대회에서 우승자가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예측을 21세 김시우(CJ대한통운)가 깼다. 그는 15일(한국시간) 대회 마지막 날에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보기 없는 경기를 하는 진기록을 썼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적어낸 김시우는 한국과 미국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애덤 스콧(호주)이 세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2년 이상 앞당긴 사상 최연소 대회 우승 기록이다. 2011년 최경주(47·SK텔레콤)에 이어 두 번째로 플레이어스를 제패한 한국의 막내 골퍼는 PGA투어 통산 2승을 쌓으며 또 한 뼘 성장했다.

‘강심장’ 김시우 나홀로 No 보기

< “이겼다!” > 김시우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지막날 18번홀(파4)에서 파퍼팅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겼다!” > 김시우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지막날 18번홀(파4)에서 파퍼팅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회 마지막 날 김시우의 강심장이 눈길을 끌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보기 없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한 것이다. 공동 선두였던 JB 홈스(미국)는 무려 12오버파를 치며 일찌감치 나가 떨어졌다. 지난달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6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7위에서 공동 30위까지 떨어졌다.

김시우는 홈스에게 두 타 뒤진 4위로 출발했다. 그는 이날 버디만 3개를 잡아냈다. 버디는 1번홀(파4)부터 나왔다. 마지막 조의 홈스가 보기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3위로 출발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2번홀(파5)에서 1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으나, 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우승권의 선수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김시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김시우의 우승은 7번홀(파4)에서 감지됐다.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왔다. 컵까지는 7m60㎝. 버디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김시우가 퍼팅한 공은 왼쪽으로 곡선을 그린 뒤 홀 오른쪽 끝에 걸치는가 싶더니 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김시우가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김시우는 버디를 확인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펌프질 세리머니를 했다. 9번홀(파5)에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세 번째 샷이 컵에서 5m50㎝ 거리에 떨어졌다. 퍼팅 라인도 약간 내리막성으로 까다로웠다. 김시우는 정확히 퍼팅 라인을 읽었고, 공은 컵으로 들어갔다. 2위와의 격차를 두 타 차로 벌렸다. 후반전에 접어든 김시우는 욕심 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17번홀(파3)에선 파를 기록하면서 최연소 우승을 예고했다.

새 역사 쓴 막내 K골퍼

김시우는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막내다. 1995년 6월28일생인 그는 맏형 최경주보다 25살 어리다. 노승열보다도 4살 적다.

김시우가 세운 최연소 기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사상 최연소 합격(17세5개월6일)이어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18세가 되기 전이라 투어카드를 받지는 못했다. 2부 투어부터 다시 시작한 김시우는 지난해 8월 윈덤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일궜다. 만 21세2개월의 나이였다. PGA투어에서 우승한 5명의 한국인 선수 중 최연소였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2승을 차지했다. 미국 출신이 아닌 선수가 22세 전에 PGA투어에서 2승을 차지한 것은 가르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김시우가 앞으로 PGA투어에서 어떤 새로운 기록을 써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