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범케이스 피하자"…몸 사리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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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천 백화점사업 연기 왜
"부평역 지하상가 상인 타격"…옆 동네 인천시 의원들 반대
부천시는 쇼핑몰 승인했지만 신세계, 새 정부 눈치보며 연기
업계 "문재인 대통령 유통정책 가늠자될 것"
"부평역 지하상가 상인 타격"…옆 동네 인천시 의원들 반대
부천시는 쇼핑몰 승인했지만 신세계, 새 정부 눈치보며 연기
업계 "문재인 대통령 유통정책 가늠자될 것"
지난 12일 오전 10시께 신세계 관계자들이 경기 부천시청을 찾았다. 이들은 “부천 영상문화단지 토지매매 계약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천시와 신세계가 계약서에 사인하기로 약속한 오후 1시를 불과 세 시간 앞두고서였다. 유통회사가 먼저 사업 연기를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시간 부천시청사 안엔 신세계백화점 입점에 반대하는 인근 인천시 부평구 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운 새 정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새 정부 들어 유통업계의 ‘상생’ 이슈가 표면화된 첫 번째 사례로, 새 정부 임기 내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업 축소에도 인근 지자체 반발
부천 영상문화단지는 당초 부천시가 대형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려고 계획했던 땅이다. 부천 지역 내 대형 상업시설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20년 가까이 방치된 영상문화단지는 2015년 9월 신세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신세계는 7만6034㎡ 부지에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쇼핑몰 등을 하나로 합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부천’을 만드는 계획안을 세웠다.
하지만 부천 지역 시민단체와 인천시 부평구·계양구 중소 상인들 반발에 부닥쳤다. “지역 상권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였다. 부천시와 신세계도 이들의 목소리를 사업 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결국 작년 12월 트레이더스와 쇼핑몰, 호텔 등을 제외하고 백화점만 짓기로 계획을 바꿨다. 개발 부지도 절반가량 줄인 3만7374㎡로 축소했다.
문제는 인천시에서 발생했다. 수정된 개발안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부천 신세계백화점이 생기면 부평 지역 내 음식점, 전통시장 식품가게, 지하상가 상인들 피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백화점만 들어선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오히려 지역 상권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부천시만 허락하면 백화점을 짓는 게 가능했지만 신세계는 결국 사업 연기를 결정했다.
◆유통 규제 법안 줄줄이 대기
신세계가 사업을 강행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새롭게 추진되는 유통 규제 법안 탓도 있다. 국회엔 현재 총 23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이 중에는 ‘대형 점포 개설 시 인접 지역 지자체장과 합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기존 ‘의견을 듣거나 의견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제화한 조항이다. 유동수 의원을 비롯 1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상인들 간 ‘상생’을 강조하는 새 정부와 맥을 같이한다. 업계에선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고 본다. 신세계가 이 개정안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지자체에서 대형 점포 용도로 땅을 판 뒤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선례도 감안됐다. 서울 상암동 롯데쇼핑몰 부지와 광주시 신세계 복합쇼핑몰 부지 등은 현재 사업자가 땅을 산 뒤에도 개발 중단 상태다.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묶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시가 반대하는 게 정당한지도 논란거리다. 인천에는 청라 송도 등에 다섯 개가 넘는 복합쇼핑몰이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다. 인천에 비해 낙후된 부천시에서 처음 들어서는 복합쇼핑몰을 인천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인천에서 지어지고 있는 복합쇼핑몰도 전부 다 반대해서 백지화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운 새 정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새 정부 들어 유통업계의 ‘상생’ 이슈가 표면화된 첫 번째 사례로, 새 정부 임기 내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업 축소에도 인근 지자체 반발
부천 영상문화단지는 당초 부천시가 대형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려고 계획했던 땅이다. 부천 지역 내 대형 상업시설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20년 가까이 방치된 영상문화단지는 2015년 9월 신세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신세계는 7만6034㎡ 부지에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쇼핑몰 등을 하나로 합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부천’을 만드는 계획안을 세웠다.
하지만 부천 지역 시민단체와 인천시 부평구·계양구 중소 상인들 반발에 부닥쳤다. “지역 상권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였다. 부천시와 신세계도 이들의 목소리를 사업 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결국 작년 12월 트레이더스와 쇼핑몰, 호텔 등을 제외하고 백화점만 짓기로 계획을 바꿨다. 개발 부지도 절반가량 줄인 3만7374㎡로 축소했다.
문제는 인천시에서 발생했다. 수정된 개발안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부천 신세계백화점이 생기면 부평 지역 내 음식점, 전통시장 식품가게, 지하상가 상인들 피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백화점만 들어선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오히려 지역 상권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부천시만 허락하면 백화점을 짓는 게 가능했지만 신세계는 결국 사업 연기를 결정했다.
◆유통 규제 법안 줄줄이 대기
신세계가 사업을 강행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새롭게 추진되는 유통 규제 법안 탓도 있다. 국회엔 현재 총 23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이 중에는 ‘대형 점포 개설 시 인접 지역 지자체장과 합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기존 ‘의견을 듣거나 의견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제화한 조항이다. 유동수 의원을 비롯 1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상인들 간 ‘상생’을 강조하는 새 정부와 맥을 같이한다. 업계에선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고 본다. 신세계가 이 개정안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지자체에서 대형 점포 용도로 땅을 판 뒤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선례도 감안됐다. 서울 상암동 롯데쇼핑몰 부지와 광주시 신세계 복합쇼핑몰 부지 등은 현재 사업자가 땅을 산 뒤에도 개발 중단 상태다.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묶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시가 반대하는 게 정당한지도 논란거리다. 인천에는 청라 송도 등에 다섯 개가 넘는 복합쇼핑몰이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다. 인천에 비해 낙후된 부천시에서 처음 들어서는 복합쇼핑몰을 인천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인천에서 지어지고 있는 복합쇼핑몰도 전부 다 반대해서 백지화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