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은 국가가 책임져 보육대란 해결
사회적 합의 필요한 중장기 과제는 국가교육위서 결정할 듯


새 대통령 선출에 따라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이 이어온 교육정책도 큰 틀에서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측이 그동안 발표한 교육 공약 내용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분석한 자료 등에 따르면 문 당선인은 우선 학교 서열화, 학력에 따른 차별 철폐 등을 주요 공약으로 꼽아왔다.

따라서 예고된 대로 고교 단계에서 외고와 자사고 등 그동안 '입시명문고'로 불린 학교들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특수목적고 가운데 외고를 제외한 예술고와 체육고, 과학고는 유지하되 사교육 유발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게 문 당선인 측 구상이다.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도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선발 시기에 따라 전기고, 후기고로 나뉘던 현행 제도는 없어지고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를 모두 같은 시기에 선발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교 서열화 해소 차원에서 문 당선인은 고교 학점제 및 무학년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학처럼 일정 학점을 따면 학년과 관계없이 졸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당선인은 고교 학점제가 이미 서울, 경기, 세종에서 시범운영돼 호평받고 있는 제도라면서 이를 연차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대선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제기된 비용 문제, 농어촌 고교 소외 문제 등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역시 서열화 해소를 위해 중장기 대책이 수립될 전망이다.

문 당선인은 우선 1단계로 대학 구성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국립대학 간 연합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단계로 국립대 연합 체계를 구축해 공동 선발-공동 학위 수여가 가능하게 하고 공영형 사립대학을 육성하며, 3단계에서 국립대 연합체계와 공영형 사립대학 간 연계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문 당선인은 학력·출신학교에 따라 입시와 취업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입학원서, 취업 자기소개서 등에 학력 및 출신학교 기재란을 폐지하는 내용의 '학력·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즉시 제정하겠다고도 밝혔다.

영유아 보육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해마다 반복돼 온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비용 부담 논란, 그에 따른 '보육 대란'이 해소될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누리과정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문 당선인은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활동이나 종일반 지원도 확대하고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수용률을 4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로 돼 있는 초등돌봄교실은 맞벌이,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가운데 반값 등록금제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외고 등 특목고 폐지 공약은 교육 문제의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특히 특목고·자사고 폐지로 학교 서열화를 없앨 수 있다는 구상은 '하향 평준화' '학교 획일화' 논란을 다시 촉발할 것으로도 보인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외고의 경우 경쟁률이 2대 1도 안될 만큼 인기가 떨어졌는데 그런 학교를 없애서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목적을 살리거나 중국 등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는 등의 대책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당선인이 교육개혁 방안을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신설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거나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개혁 과제는 이 위원회를 통해 논의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