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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배반의 스포츠’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빨랫줄처럼 쭉쭉 뻗어가던 공이 갑자기 사방으로 튀는 ‘와이파이 샷’으로 돌변해 상처를 줍니다. 배반하지 않는 게 연습입니다. 정확한 문제 해석과 처방이 전제된 연습이라야 그렇습니다. ‘위기탈출! 골프 119’가 여러분의 골프실력을 한 단계 높여줄 터닝 포인트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 번 오면 좀체 떠나질 않는다. 동반자까지 다 집어삼킬 기세다.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난다.

‘공포의 저승사자’, 섕크(shank) 얘기다. 어느 순간 찾아와 한창 물오른 골프를 망쳐놓는 불청객이다.

섕크는 공이 클럽 헤드의 힐과 호젤(클럽헤드와 샤프트 연결부위) 사이에 맞아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치명적 사고샷이다. 심할 때는 공이 70도 이상 휘어 카트에 앉아 있던 애꿎은 동반자들을 타격하기도 한다. 프로들도 종종 희생자가 된다. 국내 투어를 뛰었던 한 프로는 “티샷을 그린 앞까지 거의 300야드나 날려놓고 세컨드샷 웨지 어프로치를 두 번 연속 섕크를 낸 통에 완전히 ‘멘붕’한 적이 있다”고 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리는 한 가지다. 다운스윙 때의 스윙궤도가 어드레스 때보다 몸 앞쪽으로 이동하는 ‘쏠림 현상’이다. 상체와 팔로 공을 직접 때리는 ‘히터(hitter)’형 골퍼에게 좀 더 빈발한다. 조도현 프로는 “정교하게 치려는 욕심이 앞서 회전축이나 오른쪽 상체가 공쪽으로 덤비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발끝 쪽에 체중을 많이 실어 스윙을 하는 골퍼들이 자주 섕크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궤도의 쏠림 때문이다.
악! 또 '섕크 참사'→"임팩트 직전 왼발 뒤꿈치에 체중 실어라"
해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우선 체중이동 순서와 이미지를 머릿속에 잘 정리해 넣어야 한다. 어드레스 때 양발 사이에 있던 무게중심점은 테이크어웨이 때 오른발 앞쪽으로 이동했다가, 백스윙 톱에서 오른발 뒤꿈치로 움직인다. 이어 다운스윙 때는 중심점이 왼발 앞쪽으로 짧은 순간 이동한 뒤(클럽을 끌고 내려오기 위해), 임팩트 직전엔 왼발 뒤꿈치 쪽으로 이동하며, 피니시 단계에선 모든 체중이 왼발 뒤꿈치 부분에 실리는 게 바른 무게중심점의 이동이다. 섕크가 자주 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임팩트 때도 체중이 왼발 끝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체중이동을 응용한 연습법이 스틱을 양발로 밟고 스윙을 해보는 것이다. 백 스윙 때는 왼발 발끝이 앞쪽으로 쏠려 있다가(사진 1), 임팩트 때 왼발 뒤꿈치가 뒷면에 닿도록(사진 2) 하는 연습이다.

장재식 프로는 “클럽을 타깃 쪽으로 던지되 왼쪽 엉덩이는 타깃 왼쪽으로 튀겨줘야 원심력과 구심력이 균형을 맞춰 스윙궤도가 앞으로 쏠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엉덩이를 식탁이나 탁자에 댄 채 임팩트 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백스윙 때는 오른쪽 엉덩이가 탁자에 붙어 있고, 임팩트와 릴리즈, 폴로스루 때는 왼쪽 엉덩이가 붙어 있게 하면 척추각이 유지되고 클럽을 쥔 손뭉치도 공쪽으로 쏠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드라이버 헤드커버를 공 뒤에(사진 3) 놓고 스윙을 해 클럽헤드가 커버를 건드리지 않게 공만 쳐내는 연습도 효과가 좋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