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호(好)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에는 또 다른 호재가 될 전망이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는 오는 6월 아시아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 가격을 배럴당 40센트 낮추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의 중동산 원유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시아 지역 5월 판매분 가격도 30센트 인하한 바 있다.

사우디는 매달 공식판매가격(OSP)을 발표한 뒤 여기에 지역별로 가격을 차등화한다. 그동안 산유국들은 아시아 지역에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을 얹어 원유를 판매해 왔다. 아시아 지역의 중동 원유 의존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가 북미산이나 유럽산 원유에 비해 저렴한 데다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가 싸다 보니 대체 공급원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 유가 방어를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감산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 유가가 뛰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중동산 원유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80%에 달하던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다변화’를 통해 경제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사우디가 아시아 지역 원유 판매가를 낮추면서 국내 정유사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정유사 수익성의 척도인 정제마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