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발뮤다는 어떻게 '생활가전계 애플'이 됐나
일본 전자제품 생산기업 발뮤다는 공기청정기 ‘에어엔진’을 개발할 때 LED 전구 플라스틱 덮개의 두께를 0.1㎜ 단위로 조절하며 실험했다.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불빛을 찾기 위해서였다. 선풍기 그린팬을 제작할 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밑면을 코팅하기 위해 비용을 추가로 들였다. 소비자들은 이런 작은 차이를 위해 기꺼이 많은 돈을 냈고, 발뮤다는 가전제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일본 디자인·건축 전문 작가 모리야마 히사코는 《0.1㎜의 혁신》에서 데라오 겐 발뮤다 대표의 경영방식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데라오 대표는 시장조사와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돈을 연구개발과 디자인에 쓴다. 품질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원재료비를 줄이거나 해외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지도 않는다. 데라오 대표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린다’는 신념을 경영에 그대로 반영했다.

발뮤다는 이런 경영을 하기 전인 2009년 도산 문턱까지 갔다. 당시 데라오 대표가 “어차피 망할 거면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나 한 번 개발하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만든 게 그린팬이었다. 그린팬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발뮤다는 이후 5년 동안 50배 성장했다. 저자는 “품질과 디자인 관리를 직원들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나서서 세세하게 챙기는 데라오 대표의 경영방식이 오늘의 발뮤다를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