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IT 접목한 '똑똑한' 커피 로스팅 기계…볶기 조건 입력하면 원두가 입맛대로~
서울 독산역 근처엔 그 흔한 커피숍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금속 제품을 가공하는 중소형 공장만 즐비하다. 하지만 한 건물 1층에 들어서자 고소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했다. 커피 로스팅 기계 생산업체인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대 로스팅 대회인 ‘한국커피로스팅챔피언십(KCRC)’ 본선 참가자들이 한곳에 모여 생두 로스팅을 연습 중이었다. 이 대회 우승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 커피 올림픽이라 불리는 월드커피이벤트(WCE)에 참가한다.

2010년 설립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커피 로스팅 기계를 제조, 판매하는 벤처기업이다. 3년 전부터 한국 대표 선발전에는 이 회사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세계 대회 1단계에서 이 회사 제품이 채택됐다. 그동안 세계 대회에서는 1, 2단계 모두 네덜란드 회사의 기계가 사용됐다.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제품의 로스팅 효과를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기계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로스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스팅은 커피맛을 결정하는 가장 첫 단계 기술이다. 흔히들 장인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커피 기술자가 로스팅 기계에 앉아 하루 종일 온도를 맞추고 커피통을 점검하는 모습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자동모드부터 수동모드까지 다양한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 초보자는 자동모드를 선택하고 ‘과테말라’ ‘케냐’ 등 생두 원산지만 골라 동작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적당한 볶기의 원두가 생산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로스팅 기계 옆에 앉아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각종 로스팅 조건을 기계에 입력만 해주면 된다. 새로운 조건이 마음에 든다면 로스팅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돼 다음에 같은 조건으로 로스팅을 할 수 있다.

특히 로스팅부터 커피 판매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스페셜티 커피 판매점들의 반응이 좋다. 그동안 매장에 로스팅 전문가가 없으면 일정한 맛의 원두를 생산할 수 없었지만 이 회사 제품을 활용하면 저장된 정보를 활용해 아르바이트생도 생두를 볶을 수 있다.

회사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4년에도 이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가 시작됐고 지난해에는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