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18만L를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3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18만L를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3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26일 인천 송도 바이오대로 중심부에 들어서자 메탈로 만들어진 거대한 큐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 번째 공장이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3공장에는 중장비와 의약품 생산설비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내년부터는 이곳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전자재조합, 세포배양 기술 등을 활용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을 시험 생산한다.

'바이오 기지' 변신 중인 송도…"완공땐 전세계 항암제 10% 생산"
3공장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지가 반영됐다. 기초 설계부터 시공까지 삼성의 DNA가 녹아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면적은 11만8618㎡로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두 배다. 공정률은 75%로 외관은 거의 마무리됐다. 건물 외벽에 반짝이는 메탈패널과 빛에 따라 색깔이 붉게 변하는 변색 패널을 사용했다. 햇빛을 보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공장 한쪽 면은 통유리로 시공했다. 보안을 철저하게 여기는 CMO업계에선 파격적인 시도다.

건설 현장 안으로 들어가니 초순수를 만드는 대형 물탱크를 비롯해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내부가 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들로 가득해 회로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이프가 복잡하게 연결된 공장의 특성상 반도체 플랜트 시공에 쓰이는 3차원(3D) 설계 기술을 도입했다. 삼성전자의 제조업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한 번에 18만L를 배양할 수 있는 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3만L)과 2공장(15만L)을 합쳐 총 36만L의 생산시설을 확보한다. 경쟁 업체인 스위스 론자(29만L), 독일 베링거인겔하임(28만L) 등 글로벌 제약사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3공장이 완공되면 바이오 항암제를 기준으로 암환자 10명 중 1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 6개 제약사와 총 9종의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15개 제약사와 30종 이상의 제품에 대한 수주 협상을 하고 있다. 수주 계약 규모는 31억달러를 넘어섰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물웅덩이가 가득한 황무지를 6년 만에 전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지로 만든 것은 삼성만이 이룰 수 있는 업적”이라며 “CMO를 넘어 바이오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송도=전예진/김근희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