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선 ‘비히클(vehicle)’도 많이 사용한다. 라틴어 ‘비히쿨럼(vehiculum)’에서 시작된 것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싣고 움직이는 기계’라는 뜻이다.
1977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비히클’을 ‘도로에서 탈 것’으로 규정하며 자동차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또 하나의 단어로 ‘모터(motor)’도 있지만 엔진을 뜻하는 모터는 비히클의 한 종류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자동차가 등장하던 초창기만 해도 자동차는 ‘탈 것’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4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는 단순히 탈 것을 넘어 본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모터’다.
휘발유나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이 ‘모터’였다면 현재는 동력을 얻어내는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모터’라는 단어를 대신해 최근에는 ‘추진체(propulsion)’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2014년 처음 사용한 것으로, 동력의 종류가 변하는 만큼 더 이상 ‘모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줄곧 사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GM처럼 단어를 급격히 바꾸면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BMW는 여전히 ‘엔진(engine)’이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자동차에서 에너지원의 구분은 사실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일찍이 유럽을 중심으로 휘발유와 디젤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차에 ‘d’를 사용한 게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이브’ 또는 ‘엔진’을 사용하되 에너지의 종류를 의미하는 이니셜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탈 것 또한 현재의 연장선이고, ‘탈 것’에 관해선 자동차 회사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새롭게 ‘탈 것’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위협은 소비자로부터 시작됐다. 추진체(GM), 드라이브-E(볼보), e-트론(아우디), 엘렉트릭 엔진(BMW) 등의 용어보다 EV(electric vehicle)가 쉽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즉 사람이나 화물을 싣고 움직이되 전기로 구동되는 것을 EV로 받아들이고 EV를 미래의 새로운 탈 것으로 규정하며,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의 용어 마케팅을 거부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근 에너지의 종류를 구분하기보다 그냥 ‘EV(engine vehicle)’의 반대 개념으로 ‘EV(electric vehicle)’가 쓰이고 있다. 전기도 종류가 있다는 점에서 ‘BEV(battery electric vehicle)’로 나누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그저 쉽게 다가가는 게 상책이다. 전기차는 그냥 EV로 말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