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사퇴론으로 막이 올랐다. 과거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한 사실을 자서전에 적은 홍 후보의 자격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첫 ‘국민질문’에 앞서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돌발발언을 했다. 심 후보는 이어 “국민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가 마땅하다”며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며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미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중이고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 공범”이라며 “이런 후보는 인권의 문제, 국가 지도자의 품격, 대한민국의 품격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홍 후보 사퇴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유 후보는 “문 후보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홍 후보가 사퇴하고 나면 문 후보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며 “우선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원천적으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정당이고, 자서전에서 성폭력 모의를 밝힌 것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미 많이 보도가 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며 “더구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옹호 발언도 했다.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이 사건은 45년 전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며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하려는 것을 막지 못해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12년 전 고백하고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게 참 그렇지만, 45년 전 그 사건에 대해 정말 국민께 죄송하다”며 “제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한 것을 못 막아서 저로서는 정말 죄송스럽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사퇴 요구를 받고는 “제가 사퇴하는 게 안 후보에게 많이 도움이 되나”라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문 후보는 토론 초반부에 홍 후보 사퇴 요구에 가세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지금도 얼버무리려고 한다”고 공격하자 발끈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가장 없는 후보가 홍 후보다. 다들 (홍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 어떤 염치, 체면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홍 후보는 “문 후보는 천주교 신자다. 신부님 앞에 가서 고해성사하면 죽을죄를 용서한다고 한다”며 “45년 전의 일을 저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 용서를 구했다. 아까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 또 그것을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응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