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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술탄 대통령' 등장에…터키,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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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년 만에 대통령 중심제 전환

    "통치체제 갈등 해결했다"…이슬람주의자들 헌법 개정 지지

    "종교의 정치개입 강화될 것"
    터키 근대화 이끈 세속주의자들, 투표결과 두고 반발 격화

    "이란처럼 극단주의 득세하나"…유럽 등서는 우려 목소리 커져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술탄 대통령' 등장에…터키,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 갈등 격화
    지난 17일 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곳곳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개헌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모여 투표 결과 무효화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반대(Hayir)’라는 문구를 쓴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반대가 이겼다”를 연호했다. ‘도둑·살인자, 에르도안’ 같은 과격한 함성도 터져나왔다. 터키의 주요 3대 도시인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에서는 모두 개헌 반대표가 우세했다.

    정부는 반(反)정부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들을 2013년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때와 같은 세력으로 규정했다. 당시에도 에르도안 총리의 이슬람 권위주의 강화에 대항해 자유주의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가 아는데 이제 그들(시위대)이 주전자와 프라이팬을 들고 나타날 차례”라고 말했다.

    16일 국민투표가 치러진 뒤 반정부 운동가 16명이 경찰에 구금되고, 38명에게 체포영장이 내려졌다. 친(親)이슬람 정치를 펼치며 ‘하얀 터키인(세속주의 엘리트 정치인)’에 지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로 분열된 터키의 틈새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근대화에 역행하는 개헌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우며 장기집권을 꿈꿔 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술탄(이슬람 최고지도자)으로 등극할까.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한 이번 개헌은 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세속주의’를 앞세워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한 지 94년 만의 변화다.

    ‘케말 파샤(사령관)’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케말 전 대통령은 터키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일부일처제, 여성 선거권 등 서구화된 정책을 도입하고 터키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그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 가결에 대해 “오랜 세월 갈등을 불러온 통치체제 문제를 해결한 역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개헌에 반발하고 있다. 종교의 정치 개입을 강화하는 것은 100년에 걸친 근대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투표 부정 의혹도 제기됐다. 제1야당인 세속주의 중도좌파 성향의 공화인민당(CHP)은 선거관리위원회 날인이 없는 투표 용지가 나왔다며 투표 무효화를 주장했다. 공화인민당은 케말 전 대통령이 창당한,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무슬림 환심 정책’으로 개헌 찬성 호소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무슬림(이슬람교도)의 환심을 사는 정책들을 펼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한 뒤 히잡 착용 금지를 구시대 유물로 규정했다.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대학생과 공직자, 경찰 등에게 히잡 착용을 허용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이스탄불 북부 보스포루스 해협 위로 대형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게 하고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술에는 높은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 오스만튀르크 제국 시절에도 그리스정교회 관할지역으로 인정받았던 이스탄불 탁심광장에 지난 2월 모스크를 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상징적인 조치였다. 케말의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르도안 정책을 환영했다.

    터키의 이슬람화는 교육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역사교과서에서 케말에 관한 분량이 대폭 줄고, 지난 1월 생물교과서에는 진화론이 빠졌다.

    터키, 이란 전철 밟을까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터키가 1979년 이란혁명 이후의 전철을 밟으면서 극단주의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이 세속주의 세력과 결탁한 군부의 쿠데타를 진압한 뒤부터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데타 직후 소네르 차압타이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이슬람 국가로 선회할 조짐을 보였던 터키가 쿠데타 시도를 겪은 후 빠르게 혁명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차압타이 선임연구원은 쿠데타 진압 후 대통령중심제로의 개헌을 추진해 독재의 발판을 완성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근본주의자를 앞세워 이란혁명과 비슷한 이슬람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개헌이 독재체제로 가는 조치라는 세간의 평가를 부인했다. 그는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미국 CNN방송과 한 개헌 국민투표 이후 첫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은 자신과 관련한 조치가 아니라면서 “독재체제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대통령제는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서구 국가들과의 관계와 국내 경기 침체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헌으로 인해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하고 EU 가입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침체도 문제다. 한때 터키는 이슬람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결합한 ‘터키식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쿠데타 이후 정치적 불안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다. 에르도안 정부가 반대파 숙청 등 공포정치를 이어가면서 터키인들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다.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침체도 경제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술탄 대통령' 등장에…터키,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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