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범죄수사극 '터널', 심장 조이는 쫀득한 스토리…'한한령' 뚫고 대륙서 대박 조짐
CJ E&M의 드라마·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 OCN에서 방영 중인 타임슬립(시간이동) 범죄수사극 ‘터널’은 시작 전 ‘터그널의 추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tvN 드라마 ‘시그널’을, 연쇄살인 사건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켜서다. 범죄 스릴러라는 점에서 지난 1분기 브라운관을 장식한 ‘피고인’과 ‘귓속말’(SBS), ‘보이스’(OCN) 등과 궤를 같이하기도 했다.

우려 속에 시작해 22일로 반환점을 돈 ‘터널’의 선전에 방송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터널’의 시청률은 지난달 25일 첫 방송에서 평균 2.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8화에서는 5.2%로 두 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타깃 시청률(25~49세) 기준으로는 평균 5.3%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중국에 ‘한류 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터널 토픽 조회수는 286만회를 기록했다.

‘터널’은 1986년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던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터널에서 의문의 시간이동을 해 2017년으로 건너오면서 시작되는 범죄 수사물이다. 광호가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30여년 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다.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 막장 드라마라는 한국 드라마의 오랜 틀에서는 벗어났지만 ‘시그널’이나 ‘보이스’ 등 전작과의 유사성은 떨치기 어려웠다.

‘터널’은 대신 밀도 있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기존 범죄 드라마에서 범죄의 본질은 주로 유력 정치인이나 재력가의 부패, 고위층 내부의 뒷거래 등이었다. 특정 사건에서 서사가 지연되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극적으로 역전하는 식으로 끝났다. ‘터널’은 사회 고위층과 일반인이라는 구도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야기는 몰아치는 방식을 택했다. 사건의 큰 줄기 속에 작은 사건이 이어지고, 매 화 새로운 미끼가 던져진다.

서로 촘촘히 연결돼 있는 극 중 인물들의 사연은 하나씩 맞춰진다. 남자 주인공 두 명은 30여년 전 벌어진 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들과 당시 담당 형사 관계다. 사건 해결을 위해 협업하고 있는 남녀 주인공은 사실 과거에서 온 아버지와 현재의 딸이다. 연출을 맡은 신용휘 감독은 “어딘가 부족하고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 보완하고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휴머니즘이 강조되는 게 ‘터널’이 다른 범죄 수사극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은미 작가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쓴 이유를 “이야기의 포문을 열면서 시청자 마음 속에 질문을 심어놓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는 광호의 시간이동을 보며 그가 왜 3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야 했는지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소재로 질문을 던지고 극 중 내용으로 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긴장감 높은 수사물임에도 극이 중반부로 갈수록 ‘러브 라인’이 짙어져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6화 방송 이후 ‘터널’ 시청자 게시판엔 “냉철하고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굳힌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러브 라인으로 가니 어색하다” “한창 빠져들다가 돌연 붕 뜨는 느낌이다”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하다면 분량을 최소화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터널’이 연출자가 강조한 ‘휴머니즘’을 남녀 인물의 러브 라인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