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산업은행과 대화 모드…채무조정 기류 변화 주목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가를 사채권자집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증권금융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채무재조정 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3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최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50% 출자전환 및 50% 상환유예'를 내건 정부안이 '90% 출자전환 및 10% 상환유예'가 예상되는 P플랜보다 손실이 더 적기 때문에 정부안이 채권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안에 동의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이 정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총 4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중기중앙회는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 중 첫번째인 '4-2회차'의 3천억원 중 200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 집회는 첫 번째로 열리는 만큼 나머지 4차례의 집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회차이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이틀째인 18일에 가장 먼저 열리는 '6-2회차' 집회의 600억원 중 2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액의 3분의 1을 보유한 것으로, 이 회차 집회의 가결 또는 부결을 가를 수 있는 절대 금액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는 출자비율 조정과 출자전환 가격 하향 조정 등을 요구하며 채무재조정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 협력사와 기자재업체 대표단이 회사채 보유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채무조정에 찬성해달라고 설득한 것을 기점으로 중기중앙회가 소상공인 손실 최소화를 목적으로 찬성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우조선 협력업체 대표단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1천300여개의 협력업체 등 조선 기자재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연쇄 부도가 난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채무조정안 수용을 촉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우조선 중소협력업체들이 실제로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STX에 이어 대우조선까지 어려워지면 중소협력업체도 힘들게 되므로 이들에 대한 납품 대금 결제가 우선으로 해결되길 기대하는 차원에서 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증권금융도 이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증권금융은 이달 21일 만기 회사채 4천400억원 가운데 100억원, 올해 7월 만기 회사채 3천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들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의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 운명을 가를 키를 쥐고 있는 또 다른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는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신협 등이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발행 회사채 전체의 30%를 보유하고 있어 채무조정안에 어떤 입장을 내는지에 따라 대우조선이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갈지, P플랜으로 갈지 결론난다.

이날 국민연금도 채무조정에 변화의 기류를 보였다.

14일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한 국민연금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민연금과의 협상 여지가 100% 열려있다"고 하자, 산업은행과 만나 '막판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하며 화답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까지 기관투자자들은 반대 입장이 많았지만 찬성 쪽으로 변화하는 기류가 조금씩 감지되는 것 같다"며 "다들 국민연금이 어떻게 결정할지 눈치를 보는 상황이므로 국민연금의 결정이 최종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연정 박초롱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