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잘나간다고 해서 항상 잘나갈 수는 없다. 회사의 앞날이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삼성전자만 한 회사를 또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지만 요즘 이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냥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가재산이 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삼성 인재경영의 모든 것: SAMSUNG HR WAY》는 인재경영이란 측면에서 삼성그룹의 어제와 오늘을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삼성의 인사제도와 인재경영 내용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내부에서 깊숙이 실무에 간여한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쓸 수 없는 책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각으로 썼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사료로서뿐만 아니라 실용서로서도 우수한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신경영 추진 이전인 1992년만 하더라도 삼성의 세계 1위 제품은 삼성전자의 D램과 메모리 반도체 두 가지밖에 없었다. 신경영이 선언되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삼성그룹은 그야말로 신화를 창조했다.

어느 누구도 세계 1등 상품을 한국 기업이 20개나 내놓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삼성이 무난하게 넘기고 이후에 비상하듯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외환위기 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시작한 인사혁신을 든다. 삼성은 1993년 삼성 신경영을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었다.

여타 계열사 사업과 관련해서는 요시가와 료조(전 삼성전자 상무)의 진단을 소개한다. “아무리 조직을 바꾸려 해도 조직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삼성은 위기가 오기 전에 전 사원의 의식을 개혁하고 핵심 인재를 확보해 성공을 거뒀다.”

모든 제도 혁신은 특정 상황에서 적합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의식개혁 없이 그 어떤 개혁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이제까지 큰 효과를 발휘한 제도만을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다. 삼성이 제조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나 바이오와 같은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과거처럼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진 젊은 세대들의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도 다룬다.

삼성의 인사제도는 모두 다섯 가지를 근간으로 한다. 첫째, 인력과 조직을 ABC로 나누고 관리한다. 둘째, 철저한 목표관리와 평가시스템이 생명이다. 셋째,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주의로 보상한다. 넷째, 승진·승격도 스피드를 위해 파괴한다. 다섯째, 삼성은 지금 창조적 성과주의로 대전환 중이다.

기업 세계의 눈부신 성과는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 계속해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면 역사는 그냥 역사로 끝나고 만다.

과도한 찬사는 조심스러워해야 하지만 인사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