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LTE 전국망에 적용된 배터리 절감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KT 제공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LTE 전국망에 적용된 배터리 절감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KT 제공
[ 박희진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배터리를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의 도입 순서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포문을 연 건 KT다. KT는 12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트워크 기술을 통한 스마트폰 배터리 절감 솔루션인 'C-DRX'를 소개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최초로 전국 롱텀에볼루션(LTE) 망에 배터리 절감 기술을 적용하고 솔루션을 상용화했다는 얘기였다.

앞서 같은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힌 경쟁사에 대해서는 "실제로 적용이 안된 지역이 많다"고 지적했다. C-DRX는 배터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극대화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연결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통신 기능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원리다.

KT는 이 기술을 지난 1일부터 LTE 전국망에 적용했고, 실제 자사 고객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 기준 이용시간은 최대 4시간27분(45%)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KT의 LTE 가입자라면 별도의 단말 업그레이드 과정 없이 누구나 배터리 사용시간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스마트폰 기종과 설치된 앱(응용프로그램) 수, 콘텐츠 용량 등에 따라 증가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며 "KT가 테스트한 결과 평균 40% 정도 이용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C-DRX는 2011년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에서 제정한 표준기술로, 이미 다수의 글로벌 이통사들이 적용하고 있다. 국내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기술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KT 측은 설명했다.

강 부문장은 "무선 서비스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C-DRX 전국망 적용은 KT가 2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네트워크 최적화와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통 업계에서는 C-DRX가 이용자들의 체감 서비스 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도입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이미 C-DRX 솔루션을 전국 망에 구축하고, 수도권과 충청도 등 주요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KT는 이달 들어 SK텔레콤 단말기의 품질 측정을 진행한 결과, 서울 강남과 강북, 인천, 경기도 분당 등에서 C-DRX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단말기에 수집되는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다양한 파라미터가 나온다"며 "C-DRX가 적용된 상태라면 이 파라미터에서 특정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라미터는 프로그램 실행 시 명령 동작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숫자나 문자를 의미한다. 일부 지역에서 기지국과 데이터를 송수신한 SK텔레콤 단말기의 파라미터를 분석해보니 C-DRX 솔루션을 적용하고 조정하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KT 측 주장이다. 테스트 결과 LG유플러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도 주장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달 초부터 갤럭시S8 등 신규 단말기 출시를 위해 순차적으로 기지국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대상 기지국에 C-DRX 기능을 꺼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수년전 C-DRX 솔루션을 개발해 언제라도 상용 네트워크에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절감보다 서비스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