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접속 최적화해 배터리 절감…갤S8 사용 시간 최대 4시간 늘어
KT "통신 품질 차이 없어"…전국 상용화는 국내 최초

KT는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네트워크 기술을 이달 1일부터 국내 최초로 LTE 전국망에 적용했다고 12일 밝혔다.

KT의 LTE 가입자라면 별도의 업데이트를 하거나 단말을 바꾸지 않아도 이 기술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KT는 설명했다.

KT는 이날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망 접속 최적화를 이용한 배터리 절감 기술(Connected mode Discontinuous Reception, 이하 C-DRX)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데이터 연결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통신 기능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해 배터리 사용량을 줄여준다.

기존 환경에서는 데이터를 쓰면 스마트폰 모뎀과 통신사 기지국 간 통신이 쉬지 않고 이뤄져 배터리를 많이 소모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면 주고받는 데이터가 없을 때는 네트워크 접속이 최소화돼 배터리 소모량이 감소한다.

고급 세단 차량에 적용되는 ISG(Idle Stop&Go) 방식, 즉 정차 시 불필요한 엔진 구동을 멈춰 연료 소모를 줄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단, 배터리가 절감되는 정도는 스마트폰 모델, 무선 환경,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KT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8 모델로 시험한 결과 배터리 절감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 시간이 기존보다 3시간 13분∼4시간 27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환경에서 유튜브의 동영상을 실시간 재생한 경우 기술 적용 전에는 배터리 완전 방전까지 9시간 57분∼10시간 36분이 걸렸지만, C-DRX를 적용한 후에는 14시간 13분∼14시간 24분으로 늘어났다.

최대 45%가 늘어난 셈이다.

갤럭시S7 엣지의 경우 사용 시간이 30∼43% 늘어났다.

KT는 다른 단말기에서도 이용 시간이 평균 35∼40%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C-DRX는 글로벌 LTE 표준기관인 3GPP가 2011년 제정한 표준기술로 이미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다른 국내 통신사들도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만, 전국 상용망에 적용한 것은 KT가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으나, KT의 비교 조사 결과 강남·강북·인천의 일부 SK텔레콤 기지국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이달 초부터 갤럭시S8 등 신규 단말 출시에 대비해 순차적으로 기지국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대상 기지국의 C-DRX 기능을 잠시 꺼뒀다"며 "업그레이드 후에는 다시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며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C-DRX 솔루션 개발을 수년 전 마무리해 언제라도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품질 관리 차원에서 현재는 활용하지 않고 있지만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상용화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적용할 경우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KT는 지난 2년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최적의 통신 주기를 찾아내 소비자가 품질 저하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T는 114개 단말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C-DRX 적용 초반 데이터 손실률이 0.14%였지만,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선 과정을 통해 지난해 말 0.06% 이하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 적용 전 평균 데이터 손실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후 석 달 동안의 최적화 작업을 거쳐 이달부터 전국으로 상용화했다.

KT 강국현 마케팅부문장은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경쟁사도 해당 기술을 보유했다고 하지만, 기술 구현을 위한 노력의 차이가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 부문장은 "최근 3년간 1인당 LTE 데이터 트래픽이 260% 급증한 상황에서 배터리 절감 기술이 스마트폰을 더 오래 이용하고 싶은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혁신기술로 차별화된 고객 만족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