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2010년 근화제약을 인수한 알보젠코리아가 자진 상장 폐지를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 주주들은 지난 5년간 투자를 내세워 배당하지 않은 채 쌓아둔 현금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알보젠코리아는 일반 주주들이 갖고 있는 보통주 172만4130주(14.54%)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11일 2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 매수를 발표한 지난 7일(2만4550원) 대비 18.12% 오른 가격이다. 공개 매수가는 주당 2만9000원이다. 공개 매수 금액은 총 510억원 규모로 회사 보유 현금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알보젠코리아는 직원 99명의 작은 아이슬란드 제약회사 악타비스를 7년 만에 직원 1만1000명의 글로벌 3위 제네릭(복제약) 제약회사로 키운 로버트 웨스만 회장이 이끄는 알보젠의 한국 지사다. 지난해 3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상장 폐지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반 주주들은 별도의 모임을 하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의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2012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은 데다 주가도 크게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이익잉여금을 장기간 쌓아둔 뒤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577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60억원이다.

당초 약속과 달리 투자도 크게 늘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은 2014년 2.7%에서 지난해 3.7%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20위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용 비중(평균 10% 안팎)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알보젠코리아가 언론과 주총을 통해 “자진 상상 폐지는 없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알보젠코리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상장 폐지의 1차적인 이유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12년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제네릭 약품에 대한 판권을 사오려다 주총 표결 끝에 무산된 적이 있다. 알보젠코리아 관계자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주식 거래량 부진과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 등도 상장 폐지 카드를 꺼내든 이유로 거론된다.

제약 업계에선 상장 폐지 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알보젠의 사업 스타일을 보면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 신약 개발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는 이 과정에서 주주 반대나 주가 급등 등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