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194>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노후파산', 세가지 자산으로 대비하자
몇 년 전 일본 NHK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노인 표류사회, 노후파산의 현실’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다. 노후파산은 당시 NHK 취재팀이 만든 신조어다. 노후에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다큐멘터리는 일본 노인들의 비참한 삶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노후파산에 빠진 노인이 200만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인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다큐멘터리 내용 중 가장 놀라웠던 건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이 노후에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 수준의 사람들이 노후파산 상태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남편의 정년퇴직 후 공적연금을 받아 생활하던 부부 등이다. 이 부부는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의료비와 간병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오랜 간병기간을 거쳐 남편이 사망하자 아내에게 남은 것은 줄어든 통장 잔액과 유족연금뿐이었다. 이미 고령이 된 아내는 유족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 벅찼다.

결국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해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요양보험을 이용하면 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납부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중년의 자녀가 하나 있었지만 독신인 데다 실업 상태라 부양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일본에 충격을 준 노후파산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 언론에도 종종 비슷한 사례가 소개된다. 현재 40~50대가 나중에 노후파산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젊고 일할 수 있을 때 선제적으로 노후파산에 대비해야 한다. 크게 세 가지 자산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건강자산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 노후파산 예방의 핵심이다.

지금은 건강할지라도 나이가 들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건강관리와 함께 의료·간병비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길어진 노후를 대비해 노후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개인연금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죽은 뒤 배우자가 노후파산에 빠지지 않도록 가족을 위한 자산도 따로 챙겨두는 것이 좋다. 건강자산, 노후자산, 가족자산을 잘 준비해 갑자기 찾아올 노후파산에 대비하자.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