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중소형주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과 4차 산업 관련 종목이 향후 중소형주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신문이 7일 미래에셋대우 NH투자 한국투자 KB 삼성 등 5개 대형 증권회사의 스몰캡(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앞으로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소형주의 저평가 매력이 커진 데다 정책 수혜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대선을 전후로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외국인은 중소형주 매수

대형 증권사 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중소형주의 약세 원인으로 ‘대형주 쏠림’ 현상을 꼽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증시 대형주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매수세가 몰려 중소형주가 외면받았다는 것이다.

중소형주 중심의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이후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6.2% 오르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형주가 다음달께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태신 KB증권 스몰캡팀장은 “전체 코스닥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률(PER)은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외국인이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295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시장을 밝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형주의 반등 시점은 ‘대선 전후’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주요 대선후보들이 중소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조기 대선으로 이른바 ‘정책 테마주 강세장’이 없었던 만큼 대선을 전후해 중소형주의 반등 국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4차 산업 관련주에 주목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는 반도체 등 IT와 4차 산업 관련 업종이 꼽혔다. 오탁근 미래에셋대우 투자정보팀 선임연구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장비와 부품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핀테크(금융+기술) 업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오는 21일 내놓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 흥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갤럭시S8 부품주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4차 산업혁명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올 것”이라며 “IT 관련 종목은 중장기적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 시대에는 통신망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는 게 손 팀장의 분석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중소형주 매수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기관들의 매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KB증권은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 다만 기관의 수급은 최근 들어 다소 개선되는 분위기다. 올 들어 1조3893억원의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이달 들어선 173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