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가 지난 3일 서울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권상우가 지난 3일 서울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시청률 20%를 넘기면 커피차량을 불러서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커피를 쏘겠습니다.”

2014년 SBS 드라마 ‘유혹’ 이후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배우 권상우(40)의 출사표에는 유쾌함이 묻어났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의 입가에선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출발부터 좋다. ‘추리의 여왕’ 첫 회는 전국 평균 시청률 1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SBS ‘사임당, 빛의 일기’(9.4%)와 MBC ‘자체발광 오피스’(7.4%) 등 경쟁작을 제치고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첫 회가 방영된 직후 전화로 다시 만난 권상우는 “첫 회에 캐릭터와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아 걱정을 좀 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며 “스타트를 잘 끊었으니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추리의 여왕' 권상우 "시청률 20% 넘으면 트럭 불러서 커피 왕창 쏩니다"
자체 최고시청률 18.5%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은 ‘김과장’ 후속으로 방영되는 이 드라마에서 권상우는 직감과 본능으로 승부하는 폭력2팀 형사 하완승 역을 맡았다.

생활형 ‘추리의 여왕’ 유설옥(최강희)과 함께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어내며 범죄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간미 넘치는 배역이다.

극 중 권상우는 자타공인 최고의 마약수사관이다. 국내 최대 로펌 ‘하앤정’ 설립자의 막내아들인 그는 마약조직 두목 장도장(양익준)을 검거하는 데 온 관심이 쏠려 있다. 마냥 강렬할 것 같지만 의외로 허당기가 있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다.

“망가지는 장면을 몇 차례 촬영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대본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아무리 유쾌한 캐릭터라도 연기하기 힘든데 이번 작품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물 흘러가듯 부드럽게 넘어가요. 평소 좋아하지 않던 추리물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추리의 여왕' 권상우 "시청률 20% 넘으면 트럭 불러서 커피 왕창 쏩니다"
권상우가 흥행을 자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팀워크다. 그는 “배우 데뷔 이후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들어가고 있다”며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권상우는 이 드라마에서 최강희와 호흡을 맞춘다. 2001년 SBS 드라마 ‘신화’ 이후 16년 만의 재회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저는 신인이었고 강희씨는 이미 얼굴이 알려진 유명 배우였어요. ‘아~, 연예인이다’란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강희씨를 마냥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드라마 제목이 ‘추리의 여왕’인 만큼 ‘여왕’인 강희씨가 가장 빛나야 작품이 잘 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지원하려고 합니다. 강희씨와의 호흡은 정말 최강입니다.”

3년의 공백을 깨고 안방극장에 복귀한 부담도 적지 않다고 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기존 추리물과는 전혀 색깔이 다른 대본에 믿음이 갑니다. 물에서 뜨려면 온몸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겨야 하잖아요. 힘을 빼고 배역에 몰입해 푹 빠져들려고요.”

2001년 MBC ‘맛있는 청혼’을 통해 데뷔한 권상우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보폭을 넓혀 왔다. SBS ‘천국의 계단’(2003),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SBS ‘대물’(2010), ‘야왕’(2013) 등이 대표작이다. 맡은 역이 대부분 진중한 캐릭터여서 팬들 사이에서 ‘진지함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MBC ‘가출선언·사십춘기’, JTBC ‘내 집이 나타났다’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무거운 배역 전문’이란 이미지를 일신했다.

“예능에서 비춰진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이에요. 작품에서 맡았던 캐릭터 탓인지 예전부터 처음 만난 분들은 제가 매사에 진지하고 딱딱하고 어려운 사람일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무게를 잡지 않는 친근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이 드라마의 하완승이 딱 그런 인물입니다. 몸에 아주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해 아주 행복합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