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재 기자 ] 한국GM의 순수 전기자동차 '볼트 EV'(사진)는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친환경차다. 시판되는 국내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어서다.

지난 7일 1회 충전으로 383㎞가량 달릴 수 있는 볼트 EV를 직접 타봤다. 주행거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었다. 오히려 장거리 주행이 거뜬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 에너지 효율과 재미 모두 잡았다

볼트 EV를 타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50여㎞를 달렸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나 떨림이 없어 시동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전기차 특유의 초기 가속력이 시원시원하다. 시속 150㎞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갈 땐 몸이 뒤로 젖혀지기도 했다. 계기판 왼편에 283㎞라는 주행 가능 거리가 떠있다. 이는 운전자의 습관을 반영한 것으로 신뢰도가 높아 방전 걱정이 없었다.

특히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회생 제동 시스템은 효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일반 전기차는 차량 감속 및 정지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한다. 하지만 볼트 EV는 두 가지 특별한 기능을 더했다.

먼저 스티어링 휠(운전대)에 달린 '리젠' 버튼을 누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감속하면서 서서히 정차한다.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섬세한 속도 조절이 돼 운전이 재밌었다.

볼트 EV는 가속페달만으로 달리고 서는 '원 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기어를 저단(L)에 놓으면 밟는 정도에 따라 상태가 바뀐다. 깊게 밟으면 가속이 되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항속 주행을 하는 방식이다. 완전히 발을 떼면 완전히 멈추는 방식으로 매우 편리하다.

다만 일반적인 브레이크보다 승차감은 떨어졌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 차체가 앞으로 다소 울컥거리며 쏠린다. 앞차와의 간격 조절도 적응이 필요했다.

◆ 넓은 실내, 직관적 디스플레이

볼트 EV는 겉보기에 소형차처럼 몸집이 아담하다. 그러나 실내공간은 경쟁모델 중 가장 넓게 느껴졌다.

8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각종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는 옆으로 쭉 뻗어 개방감이 높고 부착된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에너지 흐름 등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아랫부분 수납공간도 널찍하다.

다만 애플 카플레이와 한국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 외 별다른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뒷좌석은 180㎝가 넘는 큰 키의 남성이 앉아도 머리 위 공간이 한 뼘 정도 남는다. 레그룸(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여유있고 바닥 중간 둔턱이 없어 실내 거주성이 좋다. 충전이 가능한 두 개의 USB 단자 등 배려가 돋보인다.

볼트 EV는 150㎾(킬로와트) 싱글 모터를 정착해 최고 출력 204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36.7㎏·m다. 급속으로 1시간 충전 시에도 약 300㎞ 넘게 달릴 수 있다. 완속 충전 시간은 9시간45분이다.

가격은 4779만원이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올해 판매 물량은 계약이 모두 이뤄졌다.
사진=한국GM
사진=한국GM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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