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맨해튼 40번가점
파리바게뜨 맨해튼 40번가점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핵심 상권 오차드로드의 파리바게뜨 위즈마점. 대형 쇼핑몰에 있는 이 지점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평일 오후에도 앉을 자리가 없었다. 샌드위치, 타르트, 케이크 등과 커피를 함께 주문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매장 옆 별도 공간에서는 매일 100여종의 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경제허브인 만큼 세계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2년 9월 이 지점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에 창이국제공항점을 포함해 6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창업 성공의 아이콘 된 파리바게뜨

SPC그룹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2004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260여개 점포를 열었다.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로는 최초, 최대의 신기록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탄탄하게 다져온 프랜차이즈사업의 노하우가 있다는 분석이다.

파리바게뜨는 국내 창업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권에 뽑히는 단골 브랜드다.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재무역량 수준, 매출 규모 등 많은 부문에서 검증받은 셈이다. 특히 우수한 운영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 있다.

파리바게뜨는 설립 때부터 POS(point of sales)시스템을 도입했다. POS시스템이란 점포의 판매, 생산,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경영 정보를 받아내는 빅데이터다. 본사와 점포 간 신속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기 때문에 점포 운영이 한결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2000년에는 본사와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사, 회계, 판매, 생산 등 기업 활동 전반을 전산화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파리바게뜨의 판매POS는 다양한 결제 수단과 할인·적립 수단을 제공한다. 웹 POS는 실시간 매출 분석 기능과 주문기능을, 모바일 POS는 가맹대표가 언제 어디서라도 휴대폰을 사용해 실시간 매출 확인과 주문 등록이 가능하게 한다.
파리바게뜨 파리샤틀레점
파리바게뜨 파리샤틀레점
가맹대표MBA 등 차별화된 교육

교육 시스템도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파리바게뜨는 오픈 전 제조실습, 직무이론, 점포운영 실습 등 체계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베이커리 영업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도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직무이론 시간에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전반과 제품 주문 및 반품, POS시스템 교육, 점포 회계와 세무, 고객 서비스와 제품 이해까지 전방위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영업 슈퍼바이저, 제품 교육기사, MD, 인테리어 담당 등 분야별 세분화된 전문가가 점주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창업 이후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가맹대표MBA가 대표적이다. 가맹점주가 점포 운영에 필요한 전략적 경영 마인드를 키우는 교육 과정이다. 인터넷 학습 사이트인 가맹사이버스쿨에는 가맹점주와 판매사원, 베이킹 매니저가 매장 운영의 필수 지식을 배울 기회도 열려 있다.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인 가맹점 판매 활성화 프로그램(SRP)을 운영한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종합 진단하고 활성화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본사 각 분야 전문가들이 투입돼 품질부터 서비스, 진열, 마케팅 활동 등 개별 점포를 상세히 분석한다. 단점 개선과 프로모션 비용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매출 증대를 돕는다. 우수 점포는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등 포상도 한다. 또 경쟁점 출점 시 매출 안정화를 돕기 위한 행사 장려금도 지급한다.

‘맛과 품질’ 두 마리 토끼 잡은 R&D 투자

SPC그룹은 1983년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파리크라상도 1997년 식품기술연구소를 세워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쌓고 있다. 2012년에는 계열사별로 분리해 운영하던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해 이노베이션랩을 출범했다. 이노베이션랩을 중심으로 SPC그룹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간 500억원. 이노베이션랩은 매월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R&D 투자의 성과는 제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파리바게뜨가 선보인 무설탕 식빵이 대표적이다. 식빵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로 여겨지던 설탕을 과감히 빼고, 제조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당을 제어한 ‘무당(無糖) 식빵’은 업계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100% 프랑스 원맥을 사용한 바게트,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사용한 천연효모빵 29종 등도 독자적인 기술 연구의 성과다.

SPC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허영인 회장이 빵의 핵심 요소인 효모에서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했다”며 “해외 파리바게뜨 제품에도 토종 천연효모를 적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운영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SPC그룹은 글로벌 기업이 됐다. 2004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세계에 260여개 점포를 열었다. 중국에서만 베이징 상하이 톈진 항저우 쑤저우 난징 다롄 등 주요 도시에 190여개 매장이 있다. 미국에도 2002년 현지 법인을 설립, 2005년 10월 LA한인타운에 1호점을 열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중심으로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3년에는 뉴욕 맨해튼 중심 상권인 타임스스퀘어, 미드타운, 어퍼웨스트사이드 등에 진출해 맨해튼가에만 8개 매장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등에도 진출하며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SPC그룹은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매장을 3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