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 네이버TV에 '뿔났다'
가수 수지가 출연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오프더레코드, 수지’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3300만회 조회 수를 돌파한 인기 콘텐츠다. 하지만 네이버의 인터넷TV 서비스인 네이버TV에선 1회만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이크어스가 네이버TV엔 나머지 회차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메이크어스 관계자는 “네이버로 검색하면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스튜디오가 단독으로 제작한 이 프로그램을 네이버TV와 함께 만든 것처럼 표기했다”며 “항의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도전장을 던진 네이버TV가 콘텐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올초 TV캐스트와 미디어플레이어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합한 네이버TV는 기존에 확보한 다양한 TV콘텐츠를 플랫폼 경쟁력으로 내세워 새로운 웹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소 제작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새로운 콘텐츠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소 제작사들은 네이버TV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메이크어스 관계자는 “네이버TV가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수익모델을 교묘하게 섞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TV가 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선별해 직접 배급을 담당하면서도 제작사와 별도 계약을 통해 사전 제작 지원을 하거나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고,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유튜브 등 개방형 플랫폼처럼 광고 수익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운영 방침이 바뀌지 않는다면 네이버TV 외 다른 플랫폼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와 중소 제작사 간 계약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네이버TV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와는 스마트미디어렙(SMR)을 통해 배급 계약을 맺는 반면 중소 제작사엔 조회 수, 시청자 수 등에 따른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MCN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동영상 저작권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세우지 않고, TV·인터넷 방송별로 차등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드라마, 웹예능 프로그램 제작사들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실험적인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창작 지원금을 당초 계획(총 11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제작사에 플랫폼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