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8일 오후 3시51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한 축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펀드운용 겸업 인가를 금융위원회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2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리츠 자산관리회사의 부동산 펀드운용업(부동산집합투자업) 겸영을 허용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금융위원회는 겸업 신청서를 받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7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리츠의 총자산 규모는 18조3000억원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연기금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간접투자를 늘리면서 이들이 리츠보다 펀드를 통한 투자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한 공제회의 대체투자 담당자는 “리츠와 달리 펀드는 주주총회를 열 필요가 없어 의사 결정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부동산 매물은 펀드 운용사들이 독점하다시피 따냈다. 이에 따라 리츠 자산관리회사들은 ‘펀드 겸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진통 끝에 자산관리회사의 겸영을 허용하는 시행령이 공포됐지만 인가가 늦어지면서 회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A자산관리회사는 펀드 운용 자격을 받지 못하면서 기관 자금을 동원해 매입하려는 해외 부동산 거래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돈을 댈 기관도 유치해놨지만 매각 측이 제시한 일정을 못 맞춰 거래가 깨질 것 같다”고 했다. B자산관리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펀드 운용역을 채용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1위 리츠 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은 별도의 자회사(코람코자산운용)를 통해 펀드 운용사 업무를 해왔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주주총회에서 두 회사 간 합병을 결의했지만 손을 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형 자산관리회사 중에선 인력이 빠져나가 존폐 기로에 선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초 조만간 겸업 인가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엔 겸업회사 내 펀드와 리츠 간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월) 설치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안건이 더 남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유자산과 위탁자산이 서로 섞여 투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인가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겸업 취지를 살리려면 펀드 인력과 리츠 인력 간 구분이 없어야 한다”며 “최근 국토부에서 전달받은 허용안에는 차이니즈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회사들은 빠른 인가가 시급한 시점에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른 시일 내 인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