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제2연평해전·연평 포격 전사자 묘역에 추모 발길 줄이어

북한의 끊임없는 대남 무력 도발을 기억하고 안보 의지를 다지기 위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24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거행됐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기념식은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가 북한 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북한 도발로 인한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 북한군 격퇴 유공자, 시민, 학생 등 7천여명이 참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민주당 박병석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자리했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나란히 참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북한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잘못 판단해 또다시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단호히 응징할 수 있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이곳 대전현충원에는 북한이 무도하게 자행한 제2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용사들이 잠들어 있다"면서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보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 어떤 경우에도 조국을 수호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기념식 참석에 앞서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천안함 피격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기념공연에서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윤영하 소령의 부친 윤두호 씨가 나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전사자 유족들은 기념공연 간간이 고개를 떨구고 연방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군 복무 중인 연예인 이승기 상병은 가수 은가은 씨와 함께 국민 대합창을 불렀다.

이후 행사 참석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전사 장병 묘역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사자 유족들은 아들과 원치 않는 이별했던 그 날의 애끊는 슬픔이 떠오르는 듯 묘비 위에 새겨진 이름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천안함 장병 유족은 "나는 내 아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데, 사람들 기억 속에선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며 "내 아들이 당장 살아 돌아와 장가도 가고 아이도 낳고 했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천안함 피격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도 묘비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묵념했다.

승조원 정다운 대위는 "46명의 전우를 대신해 우리 승조 장병은 더 치열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무덤이 될 수 있도록 처절하고 가차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은 세종시민 김성(35)씨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해 몸소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서해뿐 아니라 평소에 안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행사 직후 현충원 인근 식당에서 천안함 사건 참전 장병 3명과 오찬을 했다.

유 의원은 "오늘 만큼은 모든 국민이 함께 전사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이 조국과 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천안함 피격 당시 생존 장병이 겪는 정신적인 피해나 예우 부분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남경필 지사도 행사에 참석한 전사 장병 유족의 손을 맞잡으며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한국형 자주국방 완성을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전후로 전국 134개 지역에서 기념식이나 안보결의 대회가 열린다.

이들 행사 참가자는 모두 5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훈처는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정부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로 희생된 전사자와 순직자의 넋을 기리고 북한의 무력 도발을 상기하자는 취지로 지정했다.

(서울·대전연합뉴스) 김귀근 이재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