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와 타이틀리스트의 ‘골프공 전쟁’ 뒤에 있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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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세계 골프용품 시장 1위 기업 타이틀리스트의 모회사 아쿠쉬네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 업계는 물론 일반 골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7일 코스트코가 미국 시애틀 법원에 낸 소송의 요지는 자사가 자체상표(PB)로 출시한 골프공의 판매가 정당한 영업행위였다는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업종이 전혀 다른 두 거대 회사간 소송전쟁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10월 ‘커크랜드’라는 PB브랜드로 12개들이 2박스에 29.99달러, 개당 1.25달러에 4피스 우레탄 골프공을 출시했다.
놀랍게도 이 공은 이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개당 4달러에 판매되는 타이틀리스트의 대표 상품 ‘프로V 1’에 비견되는 품질을 갖췄다는 골퍼들의 호평속에 ‘완판’되며 코스트코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공을 사려는 골퍼들은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온 ‘커크랜드’ 골프공을 시판가의 4~5배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화들짝 놀란 타이틀리스트는 코스트코에 대한 ‘경고’로 대응했다. 코스트코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허위 과장광고를 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 타이틀리스트가 그동안 경쟁사의 인기 제품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특허청 자료를 인용, 타이틀리스트가 보유한 골프공 제조관련 특허가 무려 2577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 전문변호사는 “골프공 제조와 관련된 특허는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라며 “타이틀리스트는 골프공 표면의 올록볼록한 홈인 딤플 모양을 추가할 때마다 특허를 신청한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캘러웨이를 비롯, 상당수 골프용품 제조사들은 업계 1위인 타이틀리스트의 특허침해 소송에 굴복했다. 끝까지 법적싸움을 벌이는 대신 타이틀리스트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타협을 선택했다.
코스트코의 대응은 달랐다. 타이틀리스트의 주장은 근거없는 비난이자 위협이라며 소송으로 시비를 가리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코스트코는 특허 침해가 없었다는 수세적 대응이 아닌 타이틀리스트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특허의 목적이 자사의 제품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다른 회사의 혁신을 막기 위한 의도적 방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두 거대 회사의 자존심을 건 소송전 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세 개의 한국 기업이 관련돼 있다. 바로 미래에셋과 필라코리아, ‘토종’ 골프공업체 낫소다. 약 5년전인 2011년 5월 미래에셋PE는 휠라코리아와 함께 타이틀리스트의 모회사 아쿠쉬네트를 12억2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사회 의장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맡고 있다.
낫소는 코스트코가 판매한 커크랜드 골프공의 제조사다. 낫소는 코스트코에 직접 골프공을 납품하지 않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자사의 골프공 제조기술이 타이틀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다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낫소는 ‘볼빅’이라는 독자 브랜드로도 세계 골프공 시장에서 타이틀리스트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타이틀리스트가 코스트코의 광고문구인 “선도 브랜드의 품질 수준을 충족시키거나 능가한다”는 표현을 허위광고라고 주장하고 있어 ‘넘버 원(No.1) 골프공’이라는 문구를 사용 중인 타이틀리스트와의 검증공방도 벌어질 전망이다.
WSJ 기사 댓글에는 이번 소송이 “골프공 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상당수다. 외신들은 “그간 업계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걸로 정평이 난 타이틀리스트가 이번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고 전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쿠쉬네트의 주가는 코스트코의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진 21일(현지시간) 2.04% 하락한 17.77달러를 기록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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