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동반성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업 전반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유동수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국회의원은 이달 초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하는 데 필요한 관련 기관 및 기업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존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동반성장에 대한 눈높이는 이처럼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은 수년 전부터 동반성장 대열에 함께해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공생발전협의회 등을 꾸려 중소기업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리가 꾸준히 마련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성과를 공유해 중소기업과 원청업체가 수익성 향상을 위해 힘쓰거나, 100% 현금 결제를 통해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숨통을 틔워주는 사례가 늘면서 착취, 갑질로 표현되던 대·중소기업 간 관계는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협력사를 돕는 동반성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푸드 등은 청년 창업을 돕는 상생 경영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협력사 자금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우수 스타트업 2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정부 지원프로그램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동반성장 활동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과 생산성이 향상되면 장기적으로 포스코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대표적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성과공유제는 2004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포스코는 최근 3년간 이 제도를 통해 중소 협력업체에 319억원을 현금으로 보상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포스코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활동 성과를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 자금, 판로개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협력회사와 상생 경영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공생발전협의회를 조직해 그룹 차원에서 이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협력회사 동반성장 프로그램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간다. 계열사인 GS칼텍스는 동반성장 중 가장 대표적 정책인 100% 현금결제를 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인천의 한 협력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며 “한화그룹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도급업체가 아니라 가족이고 동반자이므로 서로 도와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한화그룹 각 계열사는 ‘함께 멀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협력사 및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은 한화드림플러스센터와 협력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의 해외사업화를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작년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핀테크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 63 한화생명 핀테크센터’를 출범시켰다. 핀테크센터 출범을 통해 청년창업 지원 및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단순한 물량 제공에서 벗어나 국제 항공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도록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뒷받침하고, 해외 기술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진정한 동반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수십개의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고 있다. 협력사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 협력사와 함께 해외 선진 항공업체 산업시찰을 하기도 한다.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은 협력업체는 상생 노하우를 2·3차 협력업체에 전수하면서 상생의 고리를 넓혀 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운북지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엔진 테스트 시설을 완공했다. 향후 건립하는 엔진정비센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에는 항공기 부품 정비에 필요한 품질 관리에 대한 글로벌 기준과 시스템, 규정·지침·절차 등 노하우 지도 및 기술개발 지원을 할 예정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