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수수께끼’일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하루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눈길을 끄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Fed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정책을 내놨지만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서 오히려 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통화당국의 긴축과 완화정책 효과를 반영하는 골드만삭스 금융지수가 이번 금리 인상 후 14bp(0.14%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차례(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린 것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의 반응이 Fed가 원한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후 이틀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미 국채(10년 만기) 금리는 0.067%포인트, 달러화 가치는 1.46% 급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 하락·시중금리 상승·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융시장이 재닛 옐런 Fed 의장(사진)을 2005년 2월의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비슷한 처지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은 Fed의 금리 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장기 금리가 하락하고 증시가 상승 랠리를 보이자 “이유를 모르겠다.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린스펀 의장의 딜레마는 글로벌 저축 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월가의 한 투자전략가는 “Fed가 이번처럼 경제 전망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고 금리만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과거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는 점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긴축 의도와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점을 감안해 향후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번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오는 6월이 될 확률이 높아졌으며, 내년 인상 횟수도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을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보유자산 축소(매각) 계획 발표 시점도 오는 12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했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여 보유 중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