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 투자를 받아 중금리(연 4.5~18%)로 대출해 주는 개인 간(P2P) 대출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800억원 정도였던 P2P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지난달 말 6275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정부가 개인 투자 한도를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자기자본으로 대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막 시작한 산업의 싹을 자르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인, 부동산 대상 P2P 대출 1위 업체인 렌딧과 테라펀딩 대표에게 업계 상황과 비전을 들었다.
개인 P2P 대출 1위 렌딧 김성준 대표
"리스크 줄인 개인 대출 집중…커피 값으로 투자 가능하죠"

리스크에 취약한 부동산 대신
1인당 최대 3천만원 한도 대출
보험·카드 분야로도 확대 검토

개인 간(P2P) 대출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높은 투자수익률에 눈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 10%대 중반은 물론 이자를 20% 준다는 상품도 간혹 눈에 띈다. 개인 P2P 대출 1위 업체인 렌딧의 홈페이지는 그에 비하면 차분하다. 평균 이자수익률을 연 10% 정도로 고시하고 있고, ‘세전(稅前)’이라고 눈에 보이게 적어놨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14일 “P2P 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손실 위험이 있다”며 “리스크를 낮추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렌딧은 2015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해 300억원 가까이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대출 분야에서는 2위(8퍼센트)를 40억원 이상 앞서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렌딧을 제외한 대부분 P2P 대출업체는 부동산 대출을 한다. 그래야 대출액을 빨리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렌딧은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만 가능한 개인대출에 집중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한 달 만에 집값이 절반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며 “부동산 대출 상품은 하나만 부도가 나도 피해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인대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대출자 리스크 관리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렌딧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200여개 개인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분석, 리스크를 산출한다. 이 200개 데이터는 정기적으로 바뀐다. 그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2500명)에게 대출해 준 경험이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노하우도 제일 많이 쌓았다”며 “정기적으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바꾸며 투자 위험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을 내리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한 번 더 낮췄다. 이 회사의 채권당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은 5000원이다. 다른 업체는 최소 5만원이다. 10만원만 투자해도 20건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석 달 동안에는 매달 투자자가 50%씩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정부 규제(개인 투자 한도 1000만원 제한, 자기자본 대출 금지)가 문제지만 김 대표는 “그래도 시장은 계속 커진다”고 강조했다. 중금리가 시장에 주는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전체 대출 시장의 3.5%를 P2P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0.5%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260조원이다. P2P 비중이 1%로만 커져도 시장 규모가 2조6000억원은 된다는 얘기다.

P2P 대출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대출시장의 비효율을 해소하는 사업모델이다. 김 대표는 같은 방식을 보험 카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에만 머물지 않고 금융 각 분야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P2P 대출 1위 테라펀딩 양태영 대표
"소형 빌라 베테랑 전진배치…금융 넘어 부동산업 확장"

은행서 대출 어려운 소형 빌라
전문가들이 실사 후 리스크 파악
대출 부도 0건…수익률 年 12.5%


보통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은 벽을 원색으로 칠하고 아기자기하게 장식하는 등 밝은 분위기다. 직원도 대부분 20~30대다.

부동산 개인 간(P2P) 대출업을 하는 테라펀딩은 다르다.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테라펀딩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원은 대부분 만만치 않은 ‘포스’를 지닌 중년 남성들이다. 14일 만난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직원들은 모두 부동산시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라며 “부동산 대출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형 빌라를 지을 때 필요한 건축자금을 P2P 형식으로 대출해주는 테라펀딩은 현재 수익률과 투자금 유치 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업체는 최근 투자유치액과 대출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대출 부도는 한 건도 없고, 평균 투자수익률은 연 12.5%에 이른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2014년 말 첫 대출을 시작한 뒤 약 2년간 누적 투자자는 6000여명, 대출 건수는 약 80건이다. 수익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 올라온 원주의 10억원 규모 빌라 건축 상품은 투자자가 몰려 29초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빌라를 짓는 건물주들은 그간 대출 ‘사각지대’에 있었다. 양 대표는 “시중은행에서는 건물주에게 대출할 때 시공사 규모를 따진다”며 “소규모 빌라는 대형 건설업체가 짓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테라펀딩의 최우선 가치는 ‘안전’이다. 이를 위해 1순위 대출만 해 준다.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은 테라펀딩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양 대표는 “만약 대출자가 부도가 났을 때 물건을 경매에 넘기면 그 물건의 권리는 1순위 채권자에게 우선으로 있어 후순위 채권자는 대부분 돈을 받지 못한다”며 “투자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1순위 대출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부동산 고수’들이 모여있다는 점이다. 양 대표도 대학 때부터 부동산 대출, 경매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는 “다른 P2P 대출업체는 정보기술(IT)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현장 전문가들이 반드시 실사를 나가 리스크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역시 금융위원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테라펀딩은 개인 평균 투자액이 1700만원이어서 이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양 대표는 “기관 투자자금을 많이 모으는 방법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비전도 얘기했다. 빌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직접 부동산업을 해도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아예 빌라 수요가 있는 지역에 대규모 빌라를 건축해 대출시장보다 더 큰 부동산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양 대표는 “이자 마진만으로는 회사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우리가 가진 정보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싸고 좋은 빌라를 지어 집값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