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늘고 있다. 중소 상장사가 대부분인 한국보다 우량기업의 CB·BW 발행이 많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기업이 발행하는 CB·BW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 투자 규모는 지난해 6월 이후 103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라이노스자산운용이 해외 메자닌펀드를 출시한 뒤 비슷한 전략의 펀드가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금이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CB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펀드(재간접펀드 제외)는 없었다.

메자닌펀드는 CB나 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투자한 회사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린다. 만기까지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 머물러 있더라도 일정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자산가들이 해외 CB·BW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국내 메자닌 투자에 비해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CB나 BW는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국내 대기업은 오너의 지분 희석 우려 때문에 CB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중소형주 주가가 좋을 땐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익률이 뚝 떨어진다. 중소형주들이 고전하는 요즘 같은 시기엔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엔 코스닥 상장사 나노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 CB를 담은 메자닌펀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해외에선 우량기업들도 CB를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삼는다. 라이노스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업들은 일본 도레이와 유니참, 독일 지멘스, 프랑스 에어버스 등 우량기업 중심이다. 손준영 라이노스자산운용 팀장은 “한 번에 ‘대박’ 수익률을 내기보다는 우량기업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주식으로의 전환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메자닌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괜찮은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메자닌 사모펀드 설정액은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시장에 흘러든 헤지펀드 투자금만 3111억원에 달할 정도로 최근 시장 참여자가 급속히 늘었다. 이에 따라 작년 메자닌펀드들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기대수익률은 10%를 웃돌았지만 최근 출시된 메자닌펀드들의 기대수익률은 7% 내외로 내려왔다.

한 메자닌펀드 매니저는 “신생 업체의 경우 물량 확보 경쟁으로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 않을 기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며 “투자처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펀드매니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