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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 헌법이 담아야 할 과학기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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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푸는 학문
    기술은 실질적 가치를 만드는 종합 역량
    기술인 존중·기업 사랑 정신 명확히 해야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다산 칼럼] 헌법이 담아야 할 과학기술 정신
    전문(前文)과 130개조의 본문(本文)으로 구성된 헌법은 정부조직과 통치철학 그리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최고 규범이다. 최근에는 차기 대통령 선출과 맞물려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초점은 제70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5년마다 출범했던 새로운 정부는 한 번도 예외 없이 마치 모든 컴퓨터를 리셋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다. 각각의 정부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세계화’ ‘햇볕정책’ ‘균형발전’ ‘녹색성장’ 등은 그런 이유로 한결같이 사라졌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도 어쩌면 그렇게 되고 말 것 같은데, 이와 같은 과거 부정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이다. 지혜와 지식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데 이를 지워버리면 항상 선무당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난날을 평가해서 잘못된 일은 바로잡고 잘된 정책은 더욱 키워가는 그런 사회여야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헌법 127조에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고 과학기술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읽으며 느낀 점은 우선 불필요한 소유격 조사 ‘~의’가 많이 붙어 있어 조금은 어색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표현은 일본어에서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여하튼 127조에 세 번이나 들어 있는 ‘~의’를 모두 없애도 될 듯하다. 이와 같은 어색함은 450여자 가까운 내용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된 전문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쉽게 읽고 새길 수 있도록 문장 표현도 바뀌길 희망한다.

    127조에서 느낀 문제점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과학기술이다. 예를 들어 “국가는 철학 발전을 통해 국민의 사고력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헌법 조문이 있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이는 결국 우리의 헌법이 과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고 “사과는 왜 땅으로 떨어지는가?”를 구명하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풀어내는 학문으로 경제발전의 도구는 아니다.

    우리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을 뭉뚱그려 통상 과학기술로 쓰고 있는데 이로 인한 인식의 오류는 바로잡아야 할 사항이다. 과학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철학과 같은 학문, 즉 체계화된 두뇌활동이며 이는 공학(engineering)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자동차 엔진의 연비를 높일 수 있을까?” 혹은 “반도체를 어떻게 더욱 집적시킬 수 있을까?”를 다루는 것이 공학인데, 이는 그 고민의 내용과 목적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하는 일에 주안점이 있는 학문이다. 자연현상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지식이란 물고기를 낚는 사람 중에 과학자는 새롭고 흥미로운 물고기에, 그리고 공학자는 먹을 수 있는 물고기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기술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고 아울러 사회의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종합적 역량이다.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 혹은 공학적 기술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모두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신라시대에 지금도 따라하기 힘든 불국사를 지은 건축기술과 에밀레종을 만든 금속기술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는 과학이나 공학의 결실은 아니었다. 여하튼 경제와 직접 맥이 닿는 것은 기술이며 따라서 경제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히 기술인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기술인력 대부분이 몸담고 있는 기업을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 헌법이 이런 정신을 더욱 확실히 담으면 좋겠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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