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탄핵반대 당론 채택하라"…현역·당협위원장 100여명 서명
비박, 탈당 동력 약해져 고심…"보수 통합해야" 목소리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자유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인다.

불을 댕긴 쪽은 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반성과 쇄신 요구가 당을 온통 뒤덮는 동안 최대한 몸을 낮추던 친박 인사들이 헌재 결정을 앞두고 점차 목소리를 키우는 모양새다.

탄핵 인용 시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각 또는 각하'를 공개 요구하는가 하면, 보수단체 탄핵 반대집회에 매주 참석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한국당 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우현 의원,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물론 무소속 정갑윤 의원 등 다수의 친박 인사들이 출동했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앞서 제98주년 3·1절을 맞아 열린 '태극기 집회'는 친박 좌장 격인 8선의 서청원 의원과 4선의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 등 최근 공개 활동을 자제하던 중진들도 모습을 드러내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친박 진영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토론회에서도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공식 요구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윤상현 의원이 돌린 탄핵 반대 성명서에는 현역 의원 또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절반 이상인 104명이 서명해 여전히 당내 주류 세력임을 과시했다.

친박계가 이처럼 강경 일변도로 볼륨을 높이는 것과 반대로 비박계의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명 변경과 당헌·당규 개정으로 새롭게 거듭나려는 지도부의 쇄신 노력을 기대하며 그대로 '눌러앉은' 비박계 의원들로서는 노골적으로 탄핵 반대 주장을 내놓으며 당론 채택까지 시도하는 친박계 움직임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또한, 헌재가 이르면 금주 중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탈당 재검토를 포함한 거취 고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인 탄핵 이후의 정국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친박 주류에 대한 심판론이 더욱 커질 수도 있지만, 거꾸로 '진보 대 보수'의 대립구도가 뚜렷해지면서 강성 친박들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선도 탈당파'들이 만든 바른정당이 지지율 5%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추가 탈당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과 관련해 "거기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렇지만 탄핵이 인용돼더라도 탈당해서 바른정당으로 건너가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국면이 진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도 최대 3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박 대통령 탄핵 찬성파들의 행동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

친박들이 탄핵 결정 후 어떤 태도를 취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탈당이 어렵다면 차라리 두 당을 다시 합쳐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가 지리멸렬해서는 안 된다.

다시 통합과 재건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라며 "보수가 다시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결국 대선 국면에 가서 대동단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기회만 오면 내가 (대동단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 강경파에서는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보면서 재통합 논의에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조원진 의원은 전날 '태극기 집회'에서 "배신의 정당, 탄핵 정당, 배은망덕한 정당"이라며 "혹자는 바른정당과 합쳐야 한다는데 애국 국민들이 그것을 용서하겠나"고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배영경 기자 firstcircle@yna.co.kr